별산제 로펌, 광고 규제 등 제도적 정비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5.07.28 11:13   수정 : 2025.07.28 11: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그냥 별산으로 우리랑 따로 계시는 파트너 변호사님들이니까, 어짜피 같이 일할 일도 없고…마주치면 그냥 인사만 하면 돼요.”

“어차피 합병해도 각자 자기 일하고, 버는 것도 각자 가져가고 대신 훨씬 큰 펌으로 보이는거죠.”

지난 5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서초동' 속 등장인물들 간 대화 일부다. 이 드라마는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출근하는 어쏘 변호사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극 중 주인공들이 근무하는 ‘별산제 로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별산제 로펌은 ‘별산(別産, 각자 계산함)’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법무법인 간판을 달고 있지만 변호사들이 독립적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익 역시 개별적으로 챙긴다. 이런 운영 방식은 변호사 간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사무실 임차료 등만 분담하며 사무실 운영이 가능해 단독 개업에 비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소비자들이 체계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우려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변호사 간 협업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의뢰인 입장에서는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일부 별산제 로펌들이 운영 방식에 대한 정확한 고지 없이 홍보를 이어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는 각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지만, 마치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이 ‘원 팀’으로 협업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조상 ‘개별 변호사 수임’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마케팅을 진행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의 일부를 누락하는 등으로 고객을 호도하거나 고객으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에 관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규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A 로펌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전문팀 구성’, ‘유기적 협업’ 등의 문구를 게재해 사용하고 있다.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내 로펌에서 근무 중인 한 변호사는 "별산제 로펌들의 광고만 보면 대형 로펌처럼 팀 단위로 사건을 수행할 것 같지만, 로펌 외형 및 간판만 함께 공유하는 것이지 변호사 1명이 대부분 과정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뢰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령 광고 문구에서 '공동처리 여부'를 명시하거나 수임 계약서에 '사건 주체 변호사'를 명확히 고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의 사전 심사 강화나 표준 광고 문구 제정 등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부 별산제 로펌의 마케팅은 소비자 혼란과 신뢰도 저하를 야기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실제 운영 방식과 다른 협업 구조를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해당 차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변호사법상 허위 또는 오인 광고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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