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EU 모두 5000억달러 이상 투자...벼랑 끝 몰린 한국
파이낸셜뉴스
2025.07.28 15:01
수정 : 2025.07.28 15:00기사원문
【실리콘밸리=홍창기 기자】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에게도 6000억 달러(830조7000억원)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이끌어 내며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미국은 거액의 투자 카드를 내놓은 EU와 일본에 자동차를 포함한 15%의 관세만 부과하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한국 정부가 제시한 1000억 달러+α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과 EU는 거액의 대미 투자 뿐 아니라 미국 에너지 구매와 시장 개방이라는 카드까지 내놓으면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했는데 한국의 압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미·EU 협상 타결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만나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수입되는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한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율은 일괄적으로 15%다. 미국이 부과하려고 했던 30% 관세율을 15%로 낮춘 것이다.
미국은 EU가 미국산 에너지 1500달러(약 207조7000억원)어치 구매한다는 내용도 협정에 넣게 했다. 또 EU는 미국산 군사장비도 구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있었던 거래중 가장 큰 거래"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협상 타결은 미국과 EU의 단합과 우정을 가져다 줄 것이다"고 자화자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이 합의는 안정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서양 무역 전쟁을 피했다는 안도감이 더 큰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EU는 트럼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짚었다.
때문에 EU의 대미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알루미늄 제품은 현행대로 50% 관세율이 유지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15% 관세율 합의가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의약품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은 제외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 관세의 근거가 될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곧 발표될 예정이어서 다시 양측의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없지 않다.
공은 이제 한국에
일본과 EU가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무역합의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공은 한국이 받게 됐다. 일본(5000억 달러)이나 EU(6000억 달러)처럼 한국은 현실적으로 엇비슷한 금액을 미국에 투자하기 어렵다. 경제 규모의 차이를 고려할 때 그렇다.
한국은 미국에 '1000억달러+α'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한국에 4000억달러의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보도다.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지 미지수다.
EU와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한 만큼 한국도 데드라인까지 협상을 타결지으려면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 EU는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고 일본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본은 자동차·농산물 시장 개방까지 내줬다.
미국은 한국에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비롯한 농산물과 자동차의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가 문제를 삼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연장이나 유예기간은 없다. 8월 1일에 관세는 확정된다"고 거듭 밝혔다. 한국 정부로서는 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내달 1일 이전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타결짓지 못하거나, 합의에 이르더라도 관세율을 일본이나 EU보다 높게 받는다면 미국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이 일본이나 EU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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