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가 정답은 아니에요…'객관성의 함정'

뉴시스       2025.07.30 11:17   수정 : 2025.07.30 11:17기사원문

[서울=뉴시스] 객관성의 함정. (사진=문학수첩 제공) 2025.07.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숫자로 증명할 수 있나요?", "객관적인 타당성이 있습니까?"

흔히 어떤 주장에 신뢰를 더하려 할 때, 수치와 통계로 뒷받침하려는 경향이 있다. 명백한 수치를 제시하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야스히코의 책 '객관성의 함정'은 이같은 사고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저자는 객관화와 수치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수치가 꼭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객관화 현상이 과열되면서 개인 경험의 가치가 줄어든 현실을 조명하면서 "객관화된 사회에 행복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객관성과 수치화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경험의 생생함을 지워버린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옛날부터 존재하기는 했지만 17세기에는 '주관적'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1641년 출판된 저서 '성찰'에서 'realitas objectiva'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객관적 실재'로 번역될 것 같지만, '마음에 그린 실재'라는 의미였다. 'realitas objectiva'는 내가 사용하는 관념의 내용물이자 '주관적'인 것이었다." (20~21쪽)

저자는 객관적인 사실이 학문의 발전과 함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고 말한다. 과거 인간의 경험과 과학적 지식이 분리된 것과 다르게 점점 객관적 흐름의 영향을 받아 경험이 수치화되고 객관성을 입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일상에서도 누군가를 평가할 때 수치를 활용하게 되면서 객관성이 더욱 중시됐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돌봄'을 예로 들어 '객관성의 함정'에 대해 설명한다.
책에 등장하는 오사카 니시나리구는 수치와 통계에 기반해 아동 돌봄을 지원하지 않고 개인이 처한 환경에 집중한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객관성과 수치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개별적인 생생한 경험이 잊히기 쉬워졌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상이한 개별 경험을 그 사람의 시점에서 존중하는 일은, 곤란한 지경에 빠져 틈새로 내몰린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과 같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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