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타협할 시간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2025.07.30 18:33
수정 : 2025.07.30 18:33기사원문
노사 대등한 주체 관계가
근로3권 헌법 보장 취지
일방적 노조 우위는 안돼
근로자의 노조 결성과 활동, (합법) 파업까지도 보호하는 이유는 사측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횡포를 규제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 헌법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뜻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논란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관점이다.
노란봉투법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로자 및 사용자 개념의 확대, 쟁의행위 대상의 확장,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 근로자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의 배제 등이다. '노사 대등'이라는 헌법의 설계를 근로자 우위의 관계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지난 29일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을 일방적으로 의결한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당사자인 기업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법률이 순탄하게 시행될 리 만무하다. 마지막 타협을 위해 노란봉투법의 원점을 돌아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과 민법상 공동불법행위 법리를 무력화하는 규정은 노조의 양보를 전제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 파업은 당연히 보호된다. 폭력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도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은 근로3권의 본질을 벗어난 위헌적 규정이다.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 대신 개인별로 책임지도록 하는 조항도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연대책임 배제는 개별 근로자의 책임 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 복면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폭력행위 등을 저질렀을 때는 인정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청기업 근로자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하는 등 사용자 범위의 확대도 민법상 계약관계를 무력화하는 조항이다. 타협점은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여 직접 고용처럼 사용하는 행태를 하지 않는 데서 찾아야 한다. 파업사유 확대 등 다른 쟁점도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다면 노란봉투를 다른 색깔로 바꿀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행과 반대만 고집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본회의 통과 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 기간이 있다"는 대통령실의 발언은 너무 한가하다. 경제가 망가져도 정권의 우군인 노조에 성의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한국 투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기업을 우대하라는 게 아니다. 노사를 '대등한 교섭주체'로 만드는 게 헌법과 노동법의 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탈출하고 싶은 건 외국기업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기업도 미국 등 현지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노조가 있어도 기업이 떠나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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