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어치 증발…美 호텔서 공작 수십마리 사라져

뉴시스       2025.07.31 05:00   수정 : 2025.07.31 05:00기사원문

[캘리포니아=AP/뉴시스] 캘리포니아 라이드 호텔의 공작새 중 한 마리가 깃털을 드러내고 있다. 2025.07.23.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최예진 인턴기자 = 미국의 한 호텔에서 수십 마리의 공작이 사라졌다.

23일(현지시각) CNN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 새크라멘토 델타 지역의 한 호텔이 정원에서 키우던 공작새 수십마리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호텔 총지배인 데이비드 닐슨은 지난 20일 한 고객이 공작을 붙잡아 트럭 적재함 속 우리에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직원들이 공작새를 세어본 결과, 기존에 수십 마리 있던 공작 중 단 4마리만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재산 범죄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새크라멘토 카운티 셰리프국의 아마르 간디 경사는 "수컷 공작은 마리당 2000달러(약 280만원), 암컷은 1000달러(약 14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과 공작의 역사는 15년 전, 주인이 정원에 풀어둘 목적으로 다섯 마리를 구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공작은 자연스럽게 번식하며 호텔의 상징이 됐고, 어느새 아르데코 양식의 호텔을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아르데코 양식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세계 디자인계에 영향을 준 시각예술 디자인 양식이다.

호텔 직원들은 공작에게 식당에서 남은 안심 스테이크, 립, 연어 등을 제공하며 정성껏 돌봤다. 새들은 점차 사람에게 익숙해졌고, 직원들은 그들을 반려동물처럼 여기며 이름까지 붙여줬다.

출장 음식 담당 직원 레이프 구르위치는 "하루에 두 번, 약 15마리의 공작에게 먹이를 줬다"라며 "가장 큰 수컷에게는 '알리바바'라는 이름을 붙였고, 줄여서 '바바'로 불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바는 호텔 복도, 연회장, 정원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고, 마치 자신이 주인인 듯 행동했다. 우리는 그를 위해 일하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공작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경계하지만, 바바는 강아지처럼 친근한 태도를 보여 직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사건을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호텔이 도심에서 30마일(약 48㎞)이나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 그동안 범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작처럼 큰 새를 소리 없이 여러 마리 잡아 이동했다는 점에 직원들은 의문을 표했다.

새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호텔에는 다양한 제보가 쏟아졌다.
이웃이 새로 들인 공작을 목격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호텔 측은 공작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보안 강화를 위해 폐쇄회뢰(CC)TV를 추가 설치하고 울타리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닐슨 지배인은 "그 공작들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라며 "하루빨리 다시 만나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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