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감평기관 축소하자 "5개월 만에 감정가 반토막"…임대인 '울상'

파이낸셜뉴스       2025.08.04 08:51   수정 : 2025.08.05 11:36기사원문
HUG 인정 감정평가, 전국 평가 기관 5개뿐
일반 감정평가 대비 감정가 50% 하락 속출



[파이낸셜뉴스] #부산에서 임대업을 하는 60대 김씨는 올해 2월과 7월, 같은 오피스텔을 두고 감정평가를 두 번 받았다. 감정가는 1억8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5개월 사이 반토막이 났다. 달라진 건 감정평가 주체가 일반 평가에서 HUG 인정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뿐이었다.



#임대사업자 40대 A씨의 수원역세권 다세대 주택 감정가도 3년 전에는 토지를 포함해 한 동 전체가 37억원이었지만 이달 예비감정가는 20억5000만원으로 45%(17억원) 가까이 줄었다. 그는 감정가 하락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막힐 가능성이 커 임대사업자 자격까지 위태로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감정평가 기준이 HUG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임대인들은 "감정가 급락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는 지난 6월 4일부터 시행된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HUG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시 주택가격 산정은 'HUG 인정 감정평가'에 따라야 한다.

감정평가는 HUG가 지정한 5개 평가 기관의 결과만 인정된다. 기존 40여개 평가법인에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임대인들은 지정 기관 축소로 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졌으며 감정가가 실제 시세보다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수원 임대사업자 A씨는 "3년 전 감정평가 당시 총 3곳에 의뢰해봤지만 최저가와 최고가를 비교했을 때도 차이는 3억원에 그쳤었는데 이번 감정가 대로라면 전세를 월세로 다 돌리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다 팔아도 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감정평가사는 "수원의 경우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면서 경매에 많은 물건이 나온 곳으로, 아파트와 달리 시세 파악이 어려워 경매 가격도 감정평가 시 일정 부분 참고하는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과도한 차이가 발생한 것은 맞다"고 봤다. 그러면서 "낙찰가가 낮은 비아파트 경매시장까지 고려해 감정평가가 이뤄지면 앞으로도 임대사업자의 재산권이 받을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 전세보증금 총액이 공시가격 기준 126%를 초과하거나 감정평가금액의 90%를 초과하면 가입이 거절된다. 따라서 감정가가 낮게 산정되면 임대인이 자기자본으로 차액을 충당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임대인은 보증보험 가입이 막히고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 불안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공정한 주택가격 산정을 위한 제도 개선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감정평가 의뢰 주체에 따라 결과가 과도하게 보수적인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의뢰 주체를 임대인이나 HUG가 아닌 협회 등의 제3자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HUG는 앞서 전세사기 연루 등을 이유로 7개 감정평가법인을 배제한 일이 있어 이후 입찰을 통해 5개 평가 법인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16조' 등에 근거해 공정하게 산정되며, 감정평가의 목적은 특정 시점 기준으로 정확한 시장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라며 "기존 평가 이력이 있더라도 평가 시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going@fnnews.com 최가영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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