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이 고속도로가 되려면
파이낸셜뉴스
2025.07.31 18:37
수정 : 2025.07.31 18:37기사원문
사실 서해안을 따라 직류송전망을 건설하는 사업은 2038년까지 3단계로 진행하기로 이미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는데, 이를 앞당겨 2030년까지 완성하고 나머지 남해·동해 송전망은 2040년까지 완성한다는 것이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핵심이다. 광역송전망이라는 기존 개념에 '고속도로'라는 새로운 수사를 붙인 것은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으로서 유권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이다.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압축적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강력한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당시 국가예산의 23%에 해당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자금조달과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난관이 많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비전과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2년 만에 완공되어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초석이 되었다. 지금은 국토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여객과 화물 수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고속도로라는 단어에서 지도자의 비전과 추진력,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발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전력망이 단순히 전력 수송수단을 넘어서 고속도로라는 명칭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그 운영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고속도로가 물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개방성에 있다. 철도와 달리 고속도로는 정해진 통행료만 내고 교통법규만 준수하면 누구든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차량을 이용하든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통행료는 합리적으로 책정되어 누구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모두에게 주어진 자유롭고 공평한 물류 기회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전력망 역시 이렇게 개방적으로 운영될 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누구든지 적정한 이용료를 내고 전력망을 이용할 기회를 열어주면 전력망을 중심으로 새로운 에너지생태계가 생성되면서 명실상부한 에너지고속도로가 되는 것이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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