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염치읍 집중호우 속 생명 지킨 '숨은 영웅들'

연합뉴스       2025.08.06 09:13   수정 : 2025.08.06 09:13기사원문

아산시 염치읍 집중호우 속 생명 지킨 '숨은 영웅들'

물에 잠긴 승용차 보닛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차주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아산=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지난달 중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아산시 염치읍 일대에서 인명피해를 막은 주민과 공무원 등 '숨은 영웅들'의 구조활동 사례가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6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염치읍에서는 곡교리 음봉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석정리까지 주택 116동과 농경지 169ha, 축사 17개가 물에 잠겼다.

오전 8시가 채 안 된 시간,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걱정된 심용근 염치읍장은 최욱진 산업팀장과 박현우 주무관과 함께 현장 점검을 나섰다.

이들은 곡교지하차도를 지날 때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 전, 지하도로 진입한 승용차 한 대가 차오르는 물속에 갇힌 상황을 목격했다. 차량은 이미 절반 이상 물에 잠겨 있었고, 운전자는 가까스로 창문으로 빠져나와 보닛 위에 올라가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최 팀장이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거세지는 물살에 놀라 바로 몸을 피했다. 구조 기구를 찾던 심 읍장 일행에게 마침 인근 편의점 업주가 전선을 제공, 이를 로프처럼 활용해 차량 운전자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염치교차로 일대 현장을 살피던 심 읍장과 새마을지도자 홍성표 씨는 또다시 위급한 장면을 마주했다. 불어난 물속에서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갇혀 있는 유튜버 조성근 씨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조씨는 컨테이너 건물 옆에 묶여 불어난 흙탕물 위로 고개만 내밀고 있는 백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 밖으로 나오려던 때는 이미 빗물이 목까지 차올랐고, 조 씨와 강아지는 컨테이너에 의지해 겨우 버티고 있는 긴박한 상태였다.

홍씨는 현장에 걸려있던 현수막을 해체해 구조 로프를 만들어 던졌고, 구조 중 강아지를 놓칠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조씨와 강아지를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오후 3시 무렵에는 곡교1리에서 육계 유통업을 운영하는 윤기호 대표가 물에 빠진 80대 김모 씨를 구조했다. 이날 공장 신축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마을을 지나던 윤 대표는 물이 찬 구간을 건너다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빠진 김씨를 목격했다.


윤 대표는 주저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이 닿는 구간까지 다가간 뒤, 힘껏 김씨를 밀어내 구출에 성공했다.

오세현 시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는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손을 내밀었기에 이번 집중호우 속 '인명피해 0명'을 지킬 수 있었다. 우연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한 행동이 모여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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