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엔티 박창우 대표 “숏폼은 유행에 초민감, 달리는 말에 올라타죠"
파이낸셜뉴스
2025.08.07 07:56
수정 : 2025.08.07 14: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틱톡에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와 같이 글로벌 팬덤을 가진 스타가 아니라면 틱톡커가 더 파급력이 높다." "숏폼 크리에이터는 연예인이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매체’나 다름없다." 숏폼 콘텐츠가 빠른 확산력과 간편한 제작 방식을 무기로 광고와 브랜드 홍보의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국내 대표 숏폼 콘텐츠 에이전시 순이엔티의 박창우 대표는 지난 7월 31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의 위상을 이같이 설명하며 “숏폼은 기존의 MCN(멀티채널네트워크)과는 전혀 다른 사업 구조와 문법을 갖고 있다”며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퍼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숏폼 기본 속성은 바이럴"
순이엔티는 지난해 소속 가수 서이브의 곡 ‘마라탕후루’를 발매해 전 세계적인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다. 박 대표는 “숏폼은 본질적으로 바이럴을 전제로 한다”며 “바이럴이 필요 없는 분야는 없다”는 말로 숏폼 콘텐츠의 폭넓은 활용도를 설명했다.
틱톡에서 시작된 '챌린지'는 콘텐츠와 마케팅의 경계를 넘나드는 숏폼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슬릭백 챌린지’처럼 자발적으로 유행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광고주의 기획으로 특정 콘텐츠의 확산을 유도한다. 순이엔티가 진행한 가수 비비의 ‘밤양갱’ 바이럴이 대표적. 그는 “음원 바이럴은 한국이 가장 많은 성공 사례를 보유한 분야다. 지코의 ‘아무 노래’는 그 시초라 할 수 있으며, 지금은 거의 모든 가수가 음원 챌린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 챌린지는 “넷플릭스라는 브랜드 파워가 가수들의 자발적인 챌린지를 유도한 사례”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박 대표는 “어떤 콘텐츠가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 숏폼 크리에이터들은 빠르게 그 트렌드에 올라타 콘텐츠 확산을 유도한다”며 “마치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렇다면 요즘 숏폼 콘텐츠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그는 “숏폼 콘텐츠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하나의 트렌드로 규정하긴 어렵다”며 그 이유로 “TV나 영화는 제작에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어 콘텐츠 수가 제한적이지만, 숏폼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씩 쏟아진다. 유행을 선점한 콘텐츠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플랫폼이 알아서 밀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숏폼은 AI 기술과 시너지, "벌써 콘텐츠 기획 및 제작중"
숏폼은 생성형 AI 기술과 결합해 향후 폭발적인 확장이 기대된다. 박 대표는 “AI는 현재 15초 내외 숏폼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돼 있다”며 “제작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돼 광고 콘텐츠 제작 비용도 과거 수억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로 줄었다. 다만 유명 인물의 초상권은 별도 비용이 발생하는 변수”라고 짚었다.
순이엔티는 이미 AI 기반 콘텐츠 기획 및 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열린 '2025 제주 글로벌 AI 필름 공모전’에서 출품작 ‘렛츠 수눌음’이 픽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95개국 1200여 편의 출품작 중 우리가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며 “프랑스는 4~5분짜리 작품을 냈지만, 우리는 15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도전했다.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효율성 시대, 숏폼 광고 안성맞춤..연예인보다 틱톡커?
숏폼 광고는 특히 사용자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하는 타깃팅이 가능해 광고 효율이 높다. 박 대표는 “모바일 알고리즘이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 300만~400만원대의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며 “중소기업도 효율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순이엔티는 2025년 7월 기준, 전속 숏폼 크리에이터 229명, 틱톡 라이브 크리에이터 337명, 커머스 크리에이터 153명 등 총 719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총 팔로워 수는 약 11억명에 달한다.
박 대표는 “숏폼 크리에이터는 연예인이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매체’로 봐야 한다”며 "중요한 건 해당 개인이 아니라 그가 보유한 팔로워와 영향력이다. 유재석은 대체불가능하지만, 팔로워 1000만명의 크리에이터 A는 500만 팔로워의 B, C로 대체 가능하다”며 기존 광고계와 문법이 다른 숏폼 광고의 속성을 언급했다.
순이엔티는 최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허브’를 기업 슬로건으로 발표했다. 그는 조회수로도 돈을 버는 유튜버와 그렇지 못한 틱톡커를 비교하며 “숏폼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IP로 보고, 그들의 영향력을 숏폼 안에만 가두지 말고 커머스, 음원, 레거시 미디어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틱톡은 글로벌 플랫폼이며, 그 생태계의 주인은 틱톡커들이다. BTS나 블랙핑크처럼 글로벌 팬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한 연예인은 틱톡 안에서 틱톡커만큼 효율을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순이엔티는 2016년 설립된 글로벌 숏폼 비즈니스 전문 기업이다. 2025년 상반기 MCN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0% 증가한 1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숏폼 광고 중심에서 종합 마케팅 솔루션으로의 확장, 다양한 분야의 전문 크리에이터 영입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MCN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플랫폼별 전문 크리에이터들의 성과가 기업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커머스 및 해외 사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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