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위기를 축복으로 만드는 길

파이낸셜뉴스       2025.08.06 19:20   수정 : 2025.08.06 19:20기사원문

우리의 중위연령이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세대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제활동인구의 건강보험료 부담이나 국민연금 개혁 논쟁 등에서 이러한 불안감이 표출된다.

위기 담론이 등장하고 고령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높은 소득수준, 보건·의료기술의 발전, 위생적인 주거환경 등 사회발전 없이 고령화는 불가능하다. 만수무강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실현되고 있다.

반갑고도 피할 수 없는 긍정적 사회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사는 경험이 처음이라서 생기는 혼란이 있다. 첫 경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우선하는 주제 중 하나가 노인연령 기준 조정이다.

유엔에서 노인연령을 65세로 정하고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하지만 유엔에서 65세를 노인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근거는 없다. 아직 60세를 살기도 어려운 국가가 지구상에 수두룩한 상황이다 보니 유엔의 각종 보고서에서는 노인연령을 65세, 60세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한다. 독일은 연금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이는 중이며, 미국에서도 그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60세 환갑잔치는 옛말이 되었고, 사람들 눈에 노인은 70세가 넘어간다.

이렇게 노인연령 기준이 혼재함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는가. 노인연령 기준을 올릴 필요는 있다. 혹은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법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현재의 각종 정책사업에서 적용하는 65세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기준을 활용해 보자.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일 때 고령사회라고 한다. 따라서 노인인구 비율 14%에 맞춰 65세에서 70세, 나아가 75세로 점차 높이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14% 이내에서 노인인구 비율을 유지하게 된다.

둘째, '장래 고령인구 부양비' 개념을 적용하여 노인연령을 기대여명에 따라 결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기대여명이 90세라고 하자. 그러면 피부양 고령인구, 즉 노인연령을 기대여명 도달 15년 전인 75세로 정한다. 기대여명 도달 전 몇 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겠지만, 실제로 노인이 부양을 필요로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대응이라는 의미가 있다.

셋째, 생산가능인구와 비생산인구라는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개인의 건강과 능력에 따라 유연하게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령 기준 자체를 철폐하는 파격적인 접근도 모색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하여 인간의 생산능력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시대에 나이에 따른 획일적인 기준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존 개념으로서 '생산가능인구 내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아직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은 인구부양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여성 고용률을 높인다면, 우리 사회는 고령화시대를 더욱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는 위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현상이자 기회다.
이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노래가사도 있다. 끊임없이 변하고 자기계발하는 모습을 전제로 한다면 고령화는 축복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북행복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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