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증명했다”... 박민, 김도영 부상 공백 200% 메운 대활약
파이낸셜뉴스
2025.08.08 10:55
수정 : 2025.08.08 10:55기사원문
박민, 김도영의 부상에 급작스럽게 투입
5회말 그림같은 병살플레이로 무사만루 무실점
9회에도 한태양의 강습 타구 처리해
타석에서는 2타수 2안타
【부산 = 전상일 기자】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5회말, 김도영이 윤동희의 타구를 수비하다가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뭉침으로 경기를 빠졌다. KIA 벤치는 당황할 겨를도 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5회 무사 만루. 타석에는 롯데의 한태양. 외야로 빠질 듯한 어려운 타구가 날아들었지만 박민은 침착했다. 쇼트 바운드로 공을 처리한 뒤 재빨리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쇄도하던 레이예스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냈다.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은 양현종의 호투도, 이 한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비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6회초 박민은 선두타자로 나와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9회에는 배트가 부러지는 순간에도 운을 잡아 안타로 다시 출루했다.
이날 기록은 2타수 2안타. 완벽에 가까운 백업 활약이었다
9회 수비에서도 박민은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태양의 3루 강습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선두타자 아웃을 만들어냈다. 불안한 마무리 정해영이 마운드에 있던 상황, 그 아웃카운트 하나가 준 안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박민은 2024년 KIA에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유망주다. 야탑고 시절 청소년 대표를 지냈고,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하지만 상무에서 2루로도 포지션을 넓히며 '내야 유틸리티'로의 진화를 택했다. 김도영과 박찬호가 이미 중심을 잡고 있는 KIA 내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전략은 KIA를 구하는 ‘승부수’가 됐다.
이날 경기는 양현종의 6이닝 1실점 호투, 나성범의 홈 보살 등 굵직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 중심에는 조용히 투입돼 묵묵히 팀을 구한 박민이 있었다.
백업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다림'과 '준비'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고, 그 순간을 위해 매일 땀을 흘려야 한다. 오늘 박민은 그 기회를 완벽히 잡았다. 김도영의 갑작스러운 이탈이라는 위기를, 누구보다 완벽히 메웠다.
200%의 존재감을 보여준 박민. KIA 팬들 사이에서는 "내야 유틸리티 1순위는 이제 박민"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오늘의 활약은 단순한 ‘대체 선수’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팀에 있어야 할 이유를 증명한 ‘하나의 선언’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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