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꼬리표 뗀 제주의 딸… 고지원, 생애 첫 우승하며 언니와 '포옹'

파이낸셜뉴스       2025.08.10 17:01   수정 : 2025.08.10 17:00기사원문
고지원-고지우, 최초의 한 시즌 자매 우승 고지원, 생애 최초 우승하며 2027년까지 풀시드 획득





[파이낸셜뉴스] 제주 출신의 고지원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조건부 출전권 신분에서 벗어났다. '제주의 딸'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고향 팬들 앞에서 거둔 승리였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골프&리조트 북·서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노승희를 2타 차로 따돌린 완승이었다.



고지원의 이번 승리는 고향에서 이룬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제주 노형초·중문중을 거친 그는 "제주 팬들 앞에서 우승하게 돼 특별하다"며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추가한 고지원은 시즌 상금랭킹 19위(3억3727만원)로 뛰어올랐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를 오가던 '비정규직' 신분이었지만, 이제는 내년과 그 이후까지 계획할 수 있는 풀타임 정규투어 선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고지원은 지난 2022년 시드전을 통과하며 2023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고지원의 초반 2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시간이었다. 데뷔 시즌과 이듬해 모두 상금 랭킹 60위 밖으로 밀려 시드를 지키지 못했고, 시드전만 세번 치렀다.



지난해 세번째 시드전에서도 42위에 그쳐 올해는 2부 격인 드림투어가 주무대였다. 정규투어 출전은 결원이 생길 때만 가능했다. 올 시즌 상반기 17개 대회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9개 대회에만 출전했고, 이번 대회는 시즌 10번째 출전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회 후 다시 드림투어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우승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풀시드를 받아 남은 시즌 모든 정규투어 대회 출전이 가능해졌고 오는 2027년까지 시드도 확보했다.

고지원의 우승은 가족에게도 의미가 크다. 언니 고지우는 이미 KL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선수다.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하며 올 시즌에도 정상에 섰다.

자매가 모두 챔피언이 된 사례는 KLPGA 투어에서 박희영·박주영 자매에 이어 두 번째이며, 한 시즌 동반 우승은 사상 처음이다. 고지원은 18번 홀 그린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달려온 언니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대회는 날씨 변수 속에 진행됐다. 전날 3라운드는 기상 악화로 14번 홀까지만 치러져, 이날 오전 잔여 4개 홀을 포함해 총 22개 홀을 소화해야 했다.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고지원은 최종 라운드 초반 5번 홀(파5)과 6번 홀(파4) 연속 버디로 4타 차를 벌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퍼트가 연거푸 빗나가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14번 홀에서 노승희가 2타 차로 좁혔지만, 16번 홀에서 보기를 하며 흐름이 꺾였다.

17번 홀(파3)에서 노승희가 버디를 성공시키며 다시 2타 차로 따라왔지만, 마지막 홀에서 두 선수 모두 버디를 기록하면서 격차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우승은 불과 일주일 전 아쉬움을 완전히 지운 결과다. 고지원은 지난주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으나 배소현에게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의 쓰디쓴 경험은 이번 대회에 큰 도움이 됐다.



한편, 타이틀 방어를 위해 KLPGA 무대로 돌아온 윤이나는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이다연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는 선두를 달렸으나 3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다시 선두로 올라서지 못했다. 박성현은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합계 14언더파 274타,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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