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이 보여준 한국의 새 성장전략
파이낸셜뉴스
2025.08.19 19:05
수정 : 2025.08.19 19:47기사원문
이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여자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 1위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도 최정상에 올랐다. K팝 역사상 최초다.
이로 인한 효과가 상상 이상이다. 구글에서 한국 관련 정보(화장품, 한국 여행, 중앙박물관 등) 클릭수가 900% 이상 뛰었다. 케데헌에 소개된 남산, 낙산공원 성곽길, 북촌 한옥마을, 뚝섬 한강공원, 명동, 코엑스 등이 외국인 여행객들로 가득 차고 있다. 심지어 목욕 세신서비스, 일명 때밀이 관광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박물관에도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넘쳐나고 있다. 이것뿐일까? 케데헌은 한국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성장공식은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보호무역이 등장하면서다. 케데헌은 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암시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이 공식은 일부 산업에서 이미 작동 중이다. 한국의 자주포 K9이 예다. K9은 한국에서 만들어져 수출되지만, 다른 나라에서의 제작도 적극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 자주포가 가장 많이 수출된 곳은 폴란드다. 수출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와 공동생산도 추진되고 있다. 이것의 장점은 한국과 교역상대국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보호무역이 강해지는 시대에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전략이다. 상대국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 기술만 뺏기고, 경쟁자를 키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앞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K9에 이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폴란드와 자주포 공동생산이 계획되어 있지만, 한국은 신기술을 재빠르게 개발해 새로운 K9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효과를 보고 있다. 2007년 한국은 튀르키예와 K2 흑표 전차 기술전수 계약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알타이 전차다. 이 전차는 해외시장에서 K2와 경쟁 중이다. 하지만 부품의 70% 이상이 한국산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번번이 지고 있다. 한국이 알타이를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K2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마더팩토리 전략'이라고 한다. 한국이 엄마가 되고, 다른 나라가 자녀가 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케데헌도 이 전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이 한류를 활용했다고 한류가 넘어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한류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마더팩토리 전략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한국은 미국에 조선기술을 전수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도 마더팩토리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이 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되, 기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며 미국이 뒤따라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선업에서도 케데헌 공식이 작동하게 된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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