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실익 있을까"...테더·서클 회동 나선 금융권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4:56
수정 : 2025.08.21 14:49기사원문
비은행 기업의 스테이블코인이 금산분리 원칙의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은행이 얻을 실익은 낮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스테이블코인 대표 발행사인 테더 및 서클과 만남을 예정하고 있다. 오는 22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서클 사장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26일에는 하나금융지주 관계자가 테더와 만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이 자리에서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클의 관계자들은 하나금융은 물론 4대 금융그룹과 은행권 수장들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해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대응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6월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대응 협의체'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은행 DT(디지털전환)추진부가 주관하고 손해보험·카드·증권·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가상자산 영역별 사업 실행 전략 수립은 물론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도 짠다. 최근에는 해당 협업체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 조직으로 만들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앞서 제도·사업·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분석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여야 모두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디테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신경전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업자 진입요건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은행권 출자비중과 최소 자본금이 핵심인데, 핀테크 업계 등 비은행 회사들의 반발과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당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시대 개막' 세미나에서 윤민섭 숭실대 금융학부 겸임교수는 "비은행권 발행인의 스테이블코인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규모의 100%를 준비자산으로 예치해야만 하는 특성에 따라 자금유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급준비율을 초과하는 돈을 대출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산업체의 지배력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이 자본금이 아닌 준비자산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발행인 자본금 하한선이 높을 필요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질 경우 기존 규제체계와 어떤 정합성을 갖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코인이 개인지갑으로 갔을 때 거래내역은 기록되지만, 지갑의 주인의 신원 등을 추적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신원확인(KYC) 등 자본규제 우회방지는 더 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은행이 신뢰성을 구축했다"며 "(은행 기반에) 핀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활용해 확장성을 도모하는 방식이 어떻겠냐"고 짚었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정책과장 역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근거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당장 국내에서 유통 중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한다는 목적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업계는 연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예상하고 있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위로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방향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10월쯤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통과되면서, 정부·여당의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한국판 지니어스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발행·운영의 법적 틀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되,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 파급효과는 한국은행과 함께 시획재정부가 모니터링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결제·송금의 신속성과 수수료 절감인데 사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기존 카드 결제망처럼 가맹점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부가가치통신망(VAN)사를 거치는 구조가 아니어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발행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이 난립한다 해도 결국엔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은행이 발행한 코인으로 모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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