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공론장
파이낸셜뉴스
2025.08.24 19:07
수정 : 2025.08.24 19:07기사원문
한국 사회의 공론장은 편견과 불공정이라는 심한 오명에 처했다. 치유 과정도 보이지 않는다. 의미 없이 부유하면서 공격 목표를 찾고는 폭격을 퍼붓는다. 왜 그런지 합당한 이유와 설명도 없다. 공격 대상을 찾으려는 불나방식 행위만 번성한다.
최근 벌어진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임명과 관련된 논란은 의미와 맥락이 결여된 말폭탄 수준 그 자체다. 최 처장이 과거 행했던 정치 비평을 난도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서 사인과 공인의 비평행위를 구별해야 함에도 이런 잣대는 지켜지지 않고 비방 일색이다. 의도는 명확하다. 그의 글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철저히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공직자와 정치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두고 행해진다. 그냥 떠도는 얘기들이 아닌 과학적인 기준과 데이터를 놓고 비판한다. 행위와 성과에 근거해 개인의 역량을 평가한다. 지금껏 이런 잣대로 공직자들을 평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요한 측면은 그가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도외시한 채 지난 발언을 갖고 막말 논란 등이 점화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를 유튜버라는 틀 속에 구겨 넣어 그의 발언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발언의 맥락은 고위공직자는 무능한 도덕성보다는 철저히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인사는 직무역량보다는 파벌과 학벌에 기초한 인사 위주여서 공직사회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 대한 생산적 논쟁보다는 단순히 '막말'이라는 혐의를 씌우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한국 사회의 공론장은 금기로 가득 차 있다. 해서는 안 될 것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공고하다. 비판의 화살은 과녁에 꽂히는 대신 그 언저리를 향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상투성만 반복되는 폐쇄적 담론 구조가 마치 정론인 것처럼 위세를 떤다. 합리적이라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외관을 걸친 반쪽 비평만 난무하는 이유다.
글과 말은 맥락과 함께 있을 때에야 전체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정책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특정 개인을 겨냥한 인상 비평은 많은 오해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용과 의미를 따지지 않고 단순하게 감정에 치우친 공격과 비판은 한국 사회의 공론장이 얼마나 협소하고 위태로운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담론의 장에서는 맥락을 구성하는 '콘텍스트'가 전체 의미를 규정짓는다. 말과 글이라는 '텍스트'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콘텍스트라는 담론의 장에서 구성되는 법이다. 콘텍스트 없이 텍스트를 떼어내면, 그것은 떠다니는 기표가 된다. 즉 의미 없는 말들의 잔치라 할 수 있다.
따로따로 분절된 텍스트는 의미를 띠지 않은 채 떠도는 헛소리로 전락한다. 하버마스는 여론 조작과 정보 왜곡으로 공론장이 왜곡되는 것을 경계했다. 특히 특정 이념이나 세력이 공론장을 독점할 경우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워진다며,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전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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