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 역대 대통령들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8:24   수정 : 2025.08.25 18:24기사원문
이명박은 물론 이승만 등
대부분 기업친화 정책 펴
기업 적대, 국가발전 저해

기업친화적 대통령이라면 먼저 이명박이 떠오를 것이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은 스스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규제완화와 민영화, 법인세 인하 등의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했다. 'MB노믹스'는 금융위기를 만나 고전했지만 친기업 탓은 아니다.

경제지표로만 보면 3공화국 이후 가장 친기업적 정부는 김대중 정부라는 논문이 있었다('행복한 나라를 위한 재정정책 방향', 조연상). 반재벌적이란 평가를 받는 DJ 정부가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그 시기에 기업부문 이익 증가가 13.5%로 가장 높았다는 게 근거다. DJ 정부에서 기업의 실적이 좋았던 데는 외환위기 직후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알다시피 경제의 3대 주체는 정부(대통령), 기업, 가계다. 정부는 정책을, 기업은 생산을, 가계는 소비와 노동력 제공을 담당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 경제사에서도 대통령과 기업은 밀어주고 끌어주며 존중하는 콤비 같은 관계였다. 그것이 과도하여 정경유착의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김대중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은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친기업적 행보를 보여왔다.

이승만은 6·25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경제부흥의 기틀을 다졌다. 수입대체공업 정책으로 내수 시장을 조성했고, 국유기업을 민영화하여 한국 시장경제의 바탕을 확립한 때가 이승만 집권기다. 경제성장의 첨병이 된 대기업들은 대부분 이승만 시대에 출범했다.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은 이승만을 만나고 존경하면서 확고해졌다고 한다. 그의 호암자전에 있는 말이다.

박정희는 장기독재로 인해 업적을 업적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등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기간산업은 모두 박정희가 만들고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프라를 확충해 1980년대 고도성장의 밑거름을 놓은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는 박정희의 공적이다.

박정희는 큰 사업 구상의 실행을 기업인들에게 직접 부탁했다. 세계를 주름잡는 K조선은 박정희의 특명과 기업의 도전정신이 합쳐져 맨땅 위에 창조된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도 건설의 40%를 떠맡은 현대건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세계적인 한국의 낙농업도 호주와 뉴질랜드를 순방하고 돌아온 박정희의 지시에 의해 육성된 것이다.

삼성과 현대, SK 등 그룹을 창업한 1세대가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면 2세, 3세들은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발전시키며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의사결정의 과단성과 신속성이라는 재벌의 장점은 지금도 분명히 발휘되고 있다. 최근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는 한국의 재벌은 서구 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할 한국만의 성공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과 기업은 외교에서 말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같다. 그렇게 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표면적이라도 기업을 존중하고 기업인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적 입법을 밀어붙인 집권 여당의 행보가 대통령의 말과 다른 당정 불일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잃어버린 10년은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의 부진은 단지 삼성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 발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하나. 기업을 동반자는커녕 적으로 여기는 과거 야당의 인식은 여당이 되어서도 건재하다.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노동계와 노동자의 눈치를 보며 그쪽에 치우친 정치는 결국 기업을 죽일지도 모른다.

기업이 잘못한 것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고, 핍박받는 노동자의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과잉이 문제다. 기업이나 사주는 절대적 악이 아니며, 노조도 절대적 선이 아니다.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정부, 대통령이 해야 한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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