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세 제도' 대수술 예고… 금융연 "전세도 주담대처럼 한도 관리해야"
뉴스1
2025.08.26 05:05
수정 : 2025.08.26 09:58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이' 전세대출의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행이 전세대출을 줄일 수 있도록 위험가중치(RWA)를 높여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은행의 가계대출을 기업대출로 전환하는 '생산적 금융'이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세대출 DSR, 과잉 대출 이용한 갭투자 차단"
26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국내 주택 임대차시장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대출 통계를 명확히 하고, 과잉 대출을 통한 갭투자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린다'는 원칙에 따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대부분의 가계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예외로 분류돼 왔다.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세대출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100조 원을 돌파한 전세대출은 올해 들어 200조 원 수준까지 늘었다. 1000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하면 적지만, 이미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확산되며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은 임대차 계약에 따른 임대인의 부채 성격을 갖는다"며 "규제 일관성 측면에서 전세대출 역시 DSR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편입되면 과잉 차입을 통한 갭투자 유인이 차단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세대출도 위험가중치 상향…보증비율 더 낮춰야"
전세대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마찬가지로 위험가중치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이 그만큼 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해 영업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대신 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식으로 부동산금융을 기업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증 비율 축소'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세대출은 차주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보증기관이 이를 보증하는 구조다. 다만 보증 비율이 90~100%에 달하다 보니 은행이 별다른 소득 심사 없이 대출을 내어주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자금 대출 사기의 배경에는 보증 비율이 100%로 너무 높다는 점이 있다"며 "금융권은 안전하지만 결국 피해는 전세 세입자에게 돌아갔다. 좋은 의도로 설계했더라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금융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안은 다 나왔는데…시행 시점은 언제?
관건은 실제 추진 여부다.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도 언급됐으나, 실수요자들의 반발에 막혀 도입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거나, 보증 비율을 낮추는 등의 제도 개선 방향은 이미 검토가 끝난 부분이지만, 실제 언제 적용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DSR 적용 예외 범위 단계적 축소'라는 부분이 담긴 만큼, 전세대출 규제 확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은행이 DSR 예외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개인별 소득정보를 요구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DSR 적용 대출 확대에 대비해 미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