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체육회장 20대 운전기사, '김영환 돈봉투 의혹' 폭로 왜?
뉴시스
2025.08.27 14:03
수정 : 2025.08.27 14:03기사원문
6개월만 해고 불만…언론·경찰에 블랙박스 영상·음성 제공 사법리스크 해소한 김 지사…'보이지 않는 손' 개입 해석도
[청주=뉴시스] 이도근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삼양건설 회장)의 운전기사가 비리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운전기사가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음성 녹음 파일을 특정 언론과 경찰에 제공하며 폭로전에 나선 것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데 따른 분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27일 윤 회장 회사 직원과 주변 인물들의 말을 종합하면 운전기사 A(20대)씨는 윤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수행하다가 6개월여 만에 조기 퇴사했다. A씨는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말에 격분했고,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이달 초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 지사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의 트리거인 블랙박스 영상과 음성 녹취 파일을 경찰에 제공한 인물로, 의혹 규명의 핵심 '키맨'으로 꼽힌다.
그가 제공한 여러 개의 녹취 파일에는 윤 회장과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이 돈봉투를 전달하자고 모의한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영상 파일에는 윤 회장이 김 지사를 만나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의심할 만한 장면이 시간대별로 녹화됐다. 이 영상에는 현금 인출 날짜와 위치, 시간, 장소, 전달 경로 등 기록이 자세히 담겼다.
김 지사는 일본 출장을 떠나기 전인 6월26일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윤 회장에게 여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여비는 윤 회장과 윤두영 회장이 각각 250만원씩 내 조성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윤 회장의 회사 회계담당 직원 B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돈봉투에 담아 회장님께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돈봉투는 윤 회장이 도청으로 이동해 김 지사가 일본 출장을 떠나기 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대인 A씨가 부당 해고를 당해 단순히 억울한 감정에서 비리 의혹을 폭로한 게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폭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재선이 유력하다. 그동안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지역업체 30억원 규모 금전거래, 충북대 의대 증원 배정 관여 등 여러 논란으로 촉발된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터라 이번 의혹 사건이 지선을 앞둔 김 지사를 흠집 내려는 '정치 공세'라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근거도 없는 정황만을 가지고 광역단체장이 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며 "이번 수사는 자신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이자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 지사 등을 입건한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뇌물 혐의를 입증할 대가성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윤 회장 등이 이미 도내 굴지의 건설사와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오너들이어서 대가를 바라며 김 지사에게 500만원의 여비를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경찰은 압수한 윤 회장 등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에 착수했다. 윤 회장 등이 여비를 주자고 모의한 구체적 정황이 있는지, 김 지사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을 뒷받침할 의미 있는 기록이 있는지 세밀히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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