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방패' 삼는 노조, 기업은 '파업 공포'…원·하청 '노노갈등' 우려도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7:26   수정 : 2025.08.27 16: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용자 범위를 하청 노동조합까지 넓히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 개정안)을 두고 노사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수년 간 10%대 정체된 노조조직률을 제고해 노동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기업의 '파업 불안'은 여전하다. 향후에도 노동성 지표를 두고도 노사 간 시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이번 노조법 개정이 원·하청 노조 간 '노노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대해 원청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인상·성과급·직고용 등을 요구하게 되면 한정된 재원을 두고 원·하청 노조 간 '제로섬 게임'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이다.

■노사 '상호관계 동상이몽'

27일 정부·노동계·경영계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노사 간 동상이몽이 지속되고 있다. 노정은 지난 정권에서 위축된 노동기본권을 회복해 노동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지나친 분쟁으로 인한 경영권 위축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노동조합조직률은 13%다. 미국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우리의 비교군인 영국(22.4%), 일본(16.3%)보다 낮다. 2022년 대만의 노조조직률은 33.4%로 높은 수준이다.

2020년부터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3년 223건을 기록한 노사분규건수도 지난해 131건까지 반감했다.

노정이 노동자 단결권과 교섭권을 강조하는 지점이다. 20%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조합원 수가 비교적 적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단결권이 보완·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조합의 목적은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인데 기존에는 하청업체는 사실상 단체교섭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 해봤자 소용없네'하는 무기력한 분위기였다"면서 "이번 법 통과로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노조 조직이나 가입도 늘어나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시각은 정반대다. 법 통과 전후로 이어지는 '파업 불안'이 여전하다. 노조조직률과 노사분규건수가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근로손실일수는 2022년부터 계속 증가해 지난해 45만7000일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동권이 강화되면 대체근로 허용 등으로 노사 간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봐도 대체근로를 금지한 나라가 거의 없기에 노사 간 균형을 맞춰 혼란을 줄일 방안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노사는 OECD 최하위권을 기록한 노동생산성을 두고도 시각차를 보여 왔다. 경영계는 성장동력 위축을, 노동계는 노동력 가치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원·하청 '勞勞갈등' 우려도

일각에선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원·하청 노동자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도 있다. 원청의 사업구조 또는 급여체계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이 원청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건드린다면 원·하청 노조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한정된 재원을 기반으로 형성하는 성과급은 최근 대기업 노사가 많이 거치고 있는 주요 이슈"라며 "만약 하청업체에서도 원청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한다면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업 다각화,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등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에 하청노조가 반대를 주장하면서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 노동자 입장에서 그 여파가 자신들에게 오는 것을 꺼려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원·하청 노조에 대한 교섭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할지, 그 안에서 각 노조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할지도 관건이다.

박 교수는"교섭창구를 단일화할지, 협력사별 개별 교섭에 나설지와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각 노조별로 원하는 방식이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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