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세제 재설계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8:05   수정 : 2025.08.27 18:31기사원문

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 정부들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를 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으로 극심한 저출생과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의료비 부담, 그리고 실질적인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인구의 감소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역동성 저하와 함께 혁신의 위축도 문제다.

부채가 늘어나면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통화와 신용의 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증세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 세제개편안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인세를 현재 24%에서 25%로 인상하고, 현행 0.15%인 증권거래세를 0.18%로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주식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과거의 10억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상속세 인하와 봉급생활자 근로소득세 인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증세 기조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증시활성화 차원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이 40% 이상인 상장사에 투자해 거둔 배당소득의 경우 종합합산해 최고세율 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분리과세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중장기 세제발전방향과 궤를 같이하는가라는 잣대에 기초한다. 공평한 과세 강화, 세입기반 확충과 조세제도 합리화라는 목표하에 우리나라 조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취약하므로 조세체계의 수직적·수평적 형평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회가 균등한 공정경제사회를 우선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엄격히 관리할 수 있도록 조세구조 선진화를 통해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우선 직접적 증세보다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금융소득과세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조세구조 개편에서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장기적으로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그리고 부가가치세 수입을 증대해야 한다.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감면제도를 정비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세금은 단순한 징수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미래를 설계하고 공동체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다. 무엇보다 성장을 견인하는 장치로서 급변하는 기술변화 속에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단기적인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보다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 자산양극화가 심화되고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에서 상속세, 증여세, 소득세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부자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합리적 세부담의 조정과 함께 고액기부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 자발적인 부의 순환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조세제도가 공정한 기회와 책임을 함께 제공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조세의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일정 소득이 있는 경우 최소한의 세금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처럼 복지와 조세가 결합된 형태는 저소득층에 실질적 혜택이 집중되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세분권도 중요하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 조정, 지방소득세 확대를 통해 지방정부가 자체 세입기반을 마련하고 자율적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중앙정부 재원 의존도가 높아 지방의 독립성과 효율성 모두가 제약을 받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중앙과 지방이 세원을 함께 활용하는 공동세의 도입 및 지방세목의 신설과 조정권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매년 세제개편을 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재정과 미래 준비를 위한 실질적 근거에 기반한 세제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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