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8:10   수정 : 2025.08.27 18:10기사원문

지난 6년여간 멈췄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제안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라는 극찬을 받은 직후 연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외교가에선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를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으로 보고 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에게 경주 APEC 회의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친분이 있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높였다. 북미 정상이 올해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만난다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회담 이후 약 6년 만의 재회가 된다. 김 위원장의 경주 방문이 어렵다면 평양, 강원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성, 판문점 등 어디라도 만남의 장소로 좋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올해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어쩌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 이란 핵문제, 글로벌 관세협상, 미중 갈등 등 매듭짓지 못한 글로벌 과제들이 너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3년5개월여의 임기 동안에 산적한 현안들이 모두 해결될지도 알 수 없다.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는 올해 1월 20일에 시작됐고 임기는 4년으로 오는 2029년 1월 20일까지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3선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미 의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위원장이 모처럼 찾아온 북미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은 향후 수십년간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 정권 유지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처럼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 내에선 대북정책에 강경한 매파가 여전히 상당히 존재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를 주장했고 선제타격도 정당하다고 봤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혈맹관계를 맺어 정권 유지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보호막은 영원한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러시아마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압박을 받으면서 북한을 장기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향후 1~2년 내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립된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진 지 오래됐고, 장마당 경제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식량난, 의료 부족, 전력난은 만성화됐으며 젊은 세대의 체제 충성도는 과거와 다르게 낮아지는 양상이다. 핵무기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는다면 대북제재 장기화로 인한 고통은 수십년간 더 지속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을 제외한 권력의 몰락은 대부분 내부 붕괴에서 촉발됐다. 장기간 고립된 북한 경제는 다음 세대 북한의 국가수반에게도 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에 방문하는 날까지 이제 6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김 위원장이 내심 원하고 있다면 이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닫힌 입에 억지로 숟가락을 집어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시간은 더 이상 북한의 편이 아니다.

rai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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