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와 아이스크림
파이낸셜뉴스
2025.08.28 18:26
수정 : 2025.08.28 18:34기사원문
리더 '우리편 편향' 빠지면
조직 성과'뚝'… 붕괴 위기
확신 피하고 원칙 세워야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 자신의 신념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키스 스타노비치 교수는 자신의 견해와 태도에 맞춰 증거를 평가하고 가설을 검증할 때 나타나는 인지편향을 '우리편 편향'(Myside Bias)이라고 명명했다. 스타노비치 교수는 저서 '우리편 편향(원제: The Bias That Divides Us)'에서 "사회의 고통은 우리편 편향 때문에 발생한다"며 진실과 사실은 여전히 소중한 가치라고 믿지만, 우리편 편향에 빠지면 "진실과 사실이 우리의 견해를 지지해줄 때에만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편 편향은 인지능력이나 합리적 사고와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인지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인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우리편'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결점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는 집단 정체성으로 귀결된다. 즉 조직의 정체성, 안전지대에만 머물려고 하는 관성, 자기 가치관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같은 정보에 노출되더라도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간접흡연의 부정적 영향을 낮게 평가하고, 신앙심이 깊을수록 종교인이 비종교인보다 더 정직하다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환상이다. 인간의 감각체계는 뇌로 전달되는 정보를 걸러내고 제한한다. 이렇게 한정된 정보만으로 자신만의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보이는 대로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보이는 것(Believing is Seeing)'이다.
리더가 우리편 편향에 빠지면, 조직 내 갈등과 불신이 심화되고 성과를 저해하며 전반적인 사기를 떨어뜨린다. 인맥 기반의 파벌이 형성되어 창의성과 혁신이 억압되고, 투명한 소통과 공정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며, 이는 결국 조직의 성과 하락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편 편향을 줄이려면 리더는 '확신을 피하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지적 분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본능을 거스르는 거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브로콜리와 아이스크림의 선택'에 비유한다. 본능에 의존하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쉽게 손이 가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건강을 위해 브로콜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쉬운 인지적 사고를 아이스크림에, 꼭 필요하지만 힘이 드는 인지적 사고를 브로콜리에 비유하는데, 리더는 어렵더라도 브로콜리와 같은 인지적 사고를 지속적으로 함양해야 한다. 아울러 걸러진 정보만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리더의 자리가 쉽지 않은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