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정상 베이징 집결…日 "상징적 응집, 트럼프 눈치에 실질 협력은 글쎄..."

파이낸셜뉴스       2025.08.31 12:30   수정 : 2025.08.31 12:30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중국이 항일전쟁 승전 80주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북중러 정상들이 한 무대에 집결한다. 일본 언론은 이를 '상징적 응집'으로 규정하면서도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인도, 러시아, 북한 정상들이 중국에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번 행사를 보호주의에 기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는 다자외교 무대로 평가했다. 중국은 신흥국의 결속을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톈진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어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26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가한다. 닛케이는 "시 주석은 모디, 푸틴, 김정은과 각각 회담하며 대미 견제 외교를 본격화한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북한 지도자의 이례적인 다자외교 무대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시 주석을 가운데로 좌우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선다는 망루 자리 배치가 주목된다"며 "3정상 나란히 선 장면이 미일을 비롯한 서방에 강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NHK도 2만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리허설 소식을 전하며 열병식에서 신형 미사일과 무인기 등 전략무기가 공개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산케이는 이번 열병식을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대외 과시이자 대일 견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만해협과 동중국해에서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아사히신문은 푸틴·김정은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북·중·러 3자 정상회담은 공식 발표가 없는 만큼 연출 효과가 우선이라고 보도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 밀착을 과시하지만 제재와 경제 리스크를 고려하면 지나친 결속은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북중러 응집은 군사·외교적 상징성이 크지만 각국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협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SCO 정상회의는 자유무역 체제 유지와 테러 대책, 빈곤 감축 등을 의제로 삼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인프라 투자와 무역·투자 절차 간소화를 제안했고, 정상들은 향후 10년간 발전 전략을 담은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SCO에 속하지 않은 터키, 미얀마,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도 회의에 참석했다. 닛케이는 "이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반발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북중러 정상 집결이 일본에 직접적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해협과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노골화될 경우 자위대와 미일동맹의 억지 태세 강화 논의가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행사 결과를 주시하며 미일 공조 속 대중 견제와 대북 제재 공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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