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일한 직원 지방으로 전보, "업무상 필요성 없으면 위법"
파이낸셜뉴스
2025.08.31 15:12
수정 : 2025.08.31 15:12기사원문
"갑작스러운 전보로 입은 생활상 불이익 작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서울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내면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020년 입사한 A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 3명은 모두 10년 넘게 근무했다.
직원들은 지방노동위에 이같은 인사조치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모두 이같은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위원회는 이번 전보가 업무상 필요한 인사가 아닐뿐더러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벗어난 생활상의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협회 측의 입장은 달랐다. 전보 조치와 조직개편의 필요성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강조하며 △기존 순환보직 정책을 운용하고 있었던 점 △순환보직비로 교통비를 보전해 준 점 △전보 전 조직개편 내용을 설명하며 의견 개진 기회도 충분히 부여한 점 등을 이유로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협회의 전보 조치가 업무상 필요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반면 해당 직원들에게 발생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커, 재량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또 직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동의한 '순환보직 정책에 동의한다'는 부분에서도 순환보직이 근무지역 변경을 포함한 보직 또는 부서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전보가 근로계약서에 근거한 것이라거나 협회와 직원들 사이 합의에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협회가 서울과 파주를 나눠 채용공고를 해왔던 점 등을 더해 보면 서울사무소에서 계속 근무해 왔던 직원들에게 근무지 변경을 초래하는 인사 발령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장기간 근무하던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경됨에 따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직원들이 입은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가 작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순환보직비를 지급했다는 협회 주장에는 "아무런 보전을 하려 하지 않다가 중앙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한 이후에야 순환보직비를 신설했고, 이것만으로 직원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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