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고춧가루 한점까지 살펴"… 단골도 代이어 찾아
파이낸셜뉴스
2025.08.31 18:40
수정 : 2025.08.31 18:40기사원문
(4) 차돌집 장훈 대표
3대 이어 48년째 식당 운영 중
"‘손님에 최선’ 어머니 원칙 새겨"
단골들의 이 한마디에 장훈 차돌집 대표(53)는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했다. 1978년 어머니 최치월 대표(78)가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시작한 작은 고깃집이 장 대표를 지나 아들 장준원씨(25)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차돌집의 시작은 검소했다. 스무 살 갓 넘은 나이에 장사를 시작한 최 대표 부부는 야채가게, 방앗간을 거쳐 자신들이 좋아하던 차돌박이에 눈을 돌렸다. 이들이 생으로도, 불판에도 구워 먹어보며 가장 맛있는 방식을 찾던 끝에 내린 결론은 숯불이었다. 차돌은 느끼하다는 인식을 깨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차돌집의 철학은 단순하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어머니의 손끝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반찬 하나를 내더라도 정갈해야 한다며, 국물의 온도와 고춧가루 한 점까지 살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한 손님 한 손님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어머니였다"며 "그분을 따라 단골이 남았고, 저도 그걸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태도는 3대째에도 강조된다. 장 대표는 "남의 집에서 일하듯이 기계적으로 인사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손님이 자리에 앉고, 고기를 굽고,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살피라는 것이다. 장씨는 "어렸을 땐 나가서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배울 게 많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세대를 잇는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SNS 마케팅이나 홍보를 강조하는 아들과, 전통을 우선하는 아버지·할머니 사이에는 간혹 충돌이 있었다. 장씨는 "저는 시대에 맞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아빠와 할머니는 '이대로가 낫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그러나 갈등은 결국 배움이 됐다. 장씨는 "차돌집은 48년 간 쌓아온 고유의 전통이 있다"며 "변화를 주더라도 그 뿌리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첫 단추를 잘 꿰고 언젠간 제 방식도 시도해 보고 싶다"며 외식업 확장과 직영점 운영 구상도 숨기지 않았다.
세대교체를 바라보는 손님들의 시선은 따뜻하다. "아버지를 꼭 닮았다"거나 "아들이 와서 더 좋아졌다"는 격려의 목소리도 있다. 장 대표도 "손님들이 자식, 손주를 데리고 오면서 대를 이어 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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