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가 건강하면 탈모로부터 안전할까?
파이낸셜뉴스
2025.09.01 07:00
수정 : 2025.09.30 14:01기사원문
탈모 유전자 없어도 비듬 피지 쌓이는 등 불청결한 환경 유지하면 탈모에 적신호
만성 수면 부족, 고지방 고당분 식습관도 두피 건강 악화, 탈모 원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며칠 전 30대 남성 환자분이 “머리를 감아도 금세 가렵고 비듬이 떨어져서 탈모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지루성 피부염이 심해 두피 곳곳에 붉은기와 염증이 다수 있었고, 이 부위뿐만 아니라 정수리 부위에도 빠르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두피 환경은 모발 생존의 토대와 같다.
편집자 주: '탈모'라는 단어는 어쩐지 중년 남성과 어울리며 내보이기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20년 탈모 환자를 진료한 모힐의원의 홍주형 대표원장은 탈모를 두고 '노화의 일종이며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임상 경험에 기반하여 탈모의 발현과 진행, 치료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홍주형 원장이 탈모에 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1.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가 생길까?
많은 분이 '머리를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이 더 빠진다'라고 생각하지만,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모발은 이미 휴지기(탈락 주기)에 들어선 머리카락이다. 실제 지루성 두피라면 머리를 감지 않았을 때 피지와 노폐물이 모낭 입구에 쌓여 산화·염증 반응을 유발하면서 탈모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루 1회 정도,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성 두피는 피지가 많아 염증성 탈모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피지 억제 성분(피리독신, 징크 피리치온)이 포함된 샴푸 권장하며 건성·민감성 두피는 과도한 세정은 각질층을 손상시켜 가려움·홍반을 유발하므로, 보습 성분(판테놀, 세라마이드)이 포함된 저자극 샴푸가 좋다.
단순히 머리를 감는 행위를 넘어서서 두피에 맞는 세정 전략이 필요하다.
2. 비듬과 지루성 피부염, 위험한 증상일까?
비듬은 각질과 세포가 과도하게 탈락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는 단순히 미용적 문제가 아니라 염증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지루성 피부염은 피부에 상재하는 말라세시아 효모균(Malassezia infections)의 과증식과 면역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임상적으로 붉은기, 가려움, 기름진 각질이 동반되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모낭 주위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만성 염증은 모낭 줄기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성장기 모발이 조기 탈락할 수 있다. 실제로 지루성 피부염 환자군에서 탈모 진행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보고가 있다.
3. "두피가 뜨거워요!" 두피 열감, 탈모와 연관 있나?
환자분들은 흔히 '머리가 뜨겁다'라고 표현한다. 두피 열감은 단순 체감 문제가 아니다.두피 모세혈관 확장, 혈류 불균형, 염증 매개체 증가와 관련이 있다. 두피 열감이 지속되면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증가하고, 이는 모낭 세포의 대사를 방해하여 탈모를 가속화할 수 있다.
두피의 열을 올리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으로는 불규칙한 수면, 만성 스트레스, 과음·카페인 과다 섭취 등이 있다.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시간을 충분히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항산화 식단(채소·과일)을 섭취한다면 두피 열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활 습관과 식사 습관 관리로도 열감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나 항염 샴푸로 치료하여 안정적으로 탈모 치료를 할 수 있다.
4. 홍주형 원장이 추천하는 두피 관리 TIP
■ 하루 1회, 맞춤형 샴푸 사용: 두피 건강은 청결한 환경에서 시작된다. 청결한 환경 조성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고르는 것이다. 지성 두피는 피지 분비가 과도해 모낭을 막고 염증을 유발하기 쉬우므로, 과잉 피지를 조절하는 약산성 샴푸가 적합하다. 건성 두피는 세정력이 강한 샴푸를 쓰면 각질과 가려움이 심해지므로, 보습 성분(판테놀, 세라마이드 등)이 포함된 제품을 권한다. 민감성 두피는 계면활성제가 강한 샴푸를 피하고, 실리콘프리·저자극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미지근한 물로 세정: 머리를 감을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두피 피지 분비를 자극하고 피부 장벽을 손상시켜 염증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체온과 유사한 35~37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이상적이며, 두피와 모발 모두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 두피 마사지로 혈류 순환 개선: 두피 모낭은 모세혈관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손끝으로 가볍게 마사지해 두피를 자극하면 혈류 순환이 개선되어 모낭 대사가 활발해지고,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압력이 강하면 오히려 모낭 손상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손톱이 아닌 손가락 지문으로 3~5분 정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
■ 수면과 식습관 관리: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 부족은 모발 성장 주기를 교란시키고, 고지방·고당분 식습관은 두피 피지를 증가시켜 염증성 탈모를 악화시킨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숙면하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한 영양소에 치우친 식사보다 여러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단백질, 아연, 비타민 D, 오메가-3 지방산은 모발 성장에 중요한 영양소다.
■ 전문 진료 필요성: 만성적인 가려움, 붉은기, 과도한 각질은 단순한 두피 건조증이 아니라 지루성 피부염, 건선, 두피 진균 감염 등 탈모를 가속화할 수 있는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병원에서의 전문 진료와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조기 치료가 탈모의 예후를 크게 개선한다는 것은 여러 임상 논문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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