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정체성 변화…반테러→경제·문화 협력→미국 견제
뉴시스
2025.09.01 16:24
수정 : 2025.09.01 16:24기사원문
냉전 이후 국경관리·반테러 등 역내 현안 관리위해 출범한 SCO 안보 쟁점 줄어든 뒤 中 중앙아 진출 강화 후 경제협력이 화두 톈진 SCO 정상회의, 美 견제전선 구축으로 성격 변화 뚜렷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일 사설에서 “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라는 3대 악(惡)에 맞서기 위한 협력에서 이제는 무역 및 투자, 에너지, 디지털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으로 이어졌다”고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변천에 대해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진정한 다자주의가 안보 문제 해결에 있어 지역적 단결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연계성과 공동 번영을 증진한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이 지난달 31일 “미국 견제 외에 다른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것처럼 톈진 SCO 정상회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큰 화두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 냉전체제 붕괴 후 권력공백에서 태어난 SCO 모태 ‘상하이-5’
1991년 구소련 연방 붕괴 후 중앙아시아는 권력 공백 상태가 나타났다.
소연방 소속 국가들이 잇따라 독립했지만 러시아의 통제력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간의 국경선이 명확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더욱이 분리주의, 테러주의, 이슬람 극단주의 3대 악(惡) 통제를 두고 러시아와 중국 등이 공동 연합을 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것이 1996년 ‘상하이-5’로 카자스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5개국으로 시작됐다.
2001년 우즈베키스탄이 추가로 가입한 뒤 상하이협력기구(SCO)로 이름을 바꿨으나 가장 큰 관심사는 유사했다.
2002년 ‘SCO 회원국의 역내 반테러 기구에 관한 협정’ 체결이 이를 잘 보여준다.
◆ 초기의 미국 중앙아 진출 대응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가속화됐다.
중앙아시아의 테러 근거지에 대한 소탕이 없으면 근본적으로 테러 대응이 불가능한데다 SCO 의 반테러 기조와도 유사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이 중앙아시아에 마나스 공군기지(키르키스스탄), 테르베즈 공군기지(우즈베키스탄), 두샨베 공항(타지키스탄)을 잇따라 건설하도록 협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테러 대응에는 동의하면서도 미군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다 중앙아시아에서 불어온 민주화 시위 도미노인 ‘색깔 혁명’을 미국이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SCO는 미국의 진출을 경계했다.
2005년 7월 아스타나 SCO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 미군의 조기 철수와 지역 정권 교체에 외세 개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큰 갈등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 중국 진출 강화에 따른 주도권 강화
SCO가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테러 대응과 국경선 안정 등과 같은 안보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역내 국가간 경제 협력이 더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는 중국이 개혁개방과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급성장하면서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 경제팽창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도 2013년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방문이 처음 주창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푸틴이 2000년 집권한 뒤 역내 경제협의체인 유라시아연합(EAEU) 등을 결성했으나 중국이 일대일로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등을 앞세우고 러시아가 앞마당으로 여겨온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SCO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위출될 수 밖에 없었다.
인도와 이란 등으로 회원국을 확대하려는 구상은 러시아가 SCO내에서 중국 일변도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구상도 작용했다.
현재 SCO는 10개 회원국, 2개 옵저버, 14개 대화상대국으로 확대됐다. 상당 부분은 러시아의 ‘회원국 확대를 통한 중국 간접 견제’ 의도가 작용했다.
◆ 역내 현안 못지않게 미국 견제 기구로 변해가는 SCO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톈진에서 SCO 정상회담 참석 정상을 위한 만찬사에서 “SCO는 국제 및 지역 사무에 참여해 신형 국제관계 구축에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SCO 회원국간의 단결과 협력을 증진하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힘을 결집하자”고 주장했다.
SCO 회원국간 현안 못지 않게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바꾸는데 SCO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1일 정상회담 격인 회원국수반이사회 연설에서는 회원국에 대한 20억 위안 무상 원조 등 SCO 내부적인 현안에도 상당량을 할애했지만 “SCO가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을 최초로 제안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심화하고, 국제 및 지역 문제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며,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포용성과 문명간 상호 학습을 옹호하고 패권주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에게 SCO는 역내 회원국간 협력 못지 않게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는 국제기구라는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 러시아, 인도, 이란 등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 무역 전쟁 등을 미국과 마찰과 갈등을 빚는 국가들이 두루 참석한 것도 대미 견제 전선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초기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에 대한 SCO의 대응은 미군 철수 등으로 국면이 전환됐지만 다시 부활한 대미 견제적 성격은 해소되는 것이 더 오래 걸리고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갈등이 SCO라는 기구와 체제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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