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정식운항을 기다리며
파이낸셜뉴스
2025.09.01 18:51
수정 : 2025.09.01 18:51기사원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3년 영국 런던 출장 당시 템스강을 오가는 수상버스를 탄 뒤 한 말이다. 오 시장은 그 직후 한강수상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타당성검사를 한 뒤 서울시는 한강수상버스 도입을 공식화했다. 명칭은 '한강버스'가 됐다. '한강택시' 실패의 경험이 있는 오 시장으로서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한강버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7개 선착장을 지나는 일반노선 기준으로 끝과 끝인 마곡에서 잠실까지 운항시간만 75분 걸린다. 배가 선착장에 접근하는 시간 1분, 승하차 시간 3분을 더해 각 선착장에서 4분이 더 소요된다. 75분에서 28분이 추가되는 것이다. '마곡↔여의도↔잠실'의 3개 선착장을 오가는 급행노선도 총운항시간은 54분이나 된다.
런던에서 오 시장이 언급한 잠실에서 여의도까지를 실제 한강버스로 이동할 경우 일반노선은 운항시간만 47분 걸린다. 급행노선은 딱 30분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각 가정이나 직장에서 선착장까지 접근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출퇴근 시간에 한강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시민 입장에서 무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시간에 이용하려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일찍 일어났다 해도 집에서 한강까지, 한강에서 직장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버스나 따릉이 등으로 보완한다고 하지만 충분할지 미지수다.
현재 서울을 지나는 지하철은 경전철까지 23개 노선에 이른다. 그야말로 지하철이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지하철보다 시간적 이득이 크지 않은 한강버스를 시민들이 타야 할 동인은 과연 무엇일까. 한강버스를 출퇴근용으로 설계한 정책적 판단이 적절했을까.
시작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지만 한강버스의 실패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한강버스가 종국에는 서울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아 시민의 편익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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