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넘어 ‘서울의 얼굴’ 된 DDP... 끝없는 영감 피어나는 공간으로
파이낸셜뉴스
2025.09.02 18:22
수정 : 2025.09.02 18:22기사원문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서울 도심 한복판, 휘어진 곡선과 비정형 건축물이 빚어내는 미래적 풍경 속에 세계 거장들이 모여든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에는 글로벌 패션쇼와 초대형 전시, 국제회의를 품어낼 만한 무대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2014년 DDP가 문을 열면서 도시는 단숨에 세계 창조산업의 지도 위에 이름을 새겼다.
DDP는 지난 10여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전시와 행사를 치러냈다. 칼 라거펠트는 2015년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이곳에서 열어 한국 전통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선보였다. 장 폴 고티에는 마돈나의 '콘브라 코르셋'을 비롯해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으로 실험 정신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회고전을 통해 서울 시민과 만났고, 영화감독 팀 버튼은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세계를 DDP 위에 펼쳐 보였다.
차 대표는 "DDP의 곡선과 유기적 흐름, 빛과 어우러진 비정형 공간은 그 자체가 강렬한 콘텐츠다"라며 "규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어디에서도 구현할 수 없는 무대'라는 점에서 세계 거장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DP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남긴 마지막 대표작이다. 연면적 8만6000㎡ 규모로, 생전에 직접 설계하고 완공까지 이끈 최대 프로젝트였다. 4만5000여장의 알루미늄 패널을 각기 다른 곡선과 크기로 조립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결정판이다.
차 대표는 "전 세계 저명한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전시공간으로 DDP를 콕집어 선택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낯섦과 거부감을 이겨내고 결단한 덕분에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DDP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DDP는 이제 전시장을 넘어 글로벌 담론의 교차점이 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디자인 마이애미'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다. 같은 시기 열리는 '서울라이트 DDP' 가을 시즌에서는 로랑 그라소, 디스트릭트, 아카창 등이 참여해 건축 외벽과 다리를 초대형 캔버스로 바꾸는 미디어·레이저 아트를 선보인다.
차 대표는 최근 "서울라이트DDP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석권에 이어 기네스북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3차원 맵핑 디스플레이'로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디자인과 AI 등 기술과의 융합과 혁신을 주도해 미래형 플랫폼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DP의 등장은 서울의 도시 풍경과 산업 생태계를 바꿔놓았다. 과거 보따리상들의 거점이었던 동대문은 이제 아시아 패션의 메카가 됐다. 서울패션위크, 샤넬·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의 쇼가 잇따르면서 국제 패션 허브로 도약했고, 29CM 같은 국내 기업과 신진 디자이너들이 DDP를 발판으로 성장하며 산업 생태계와 연결됐다.
차강희 대표는 "DDP는 전시장을 넘어 패션·디자인·문화가 교차하는 세계적 플랫폼"이라며 "서울이 창의적인 미래를 세계와 나누는 창구"라고 강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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