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열병식으로 反서방 결집...'新냉전' 개막

파이낸셜뉴스       2025.09.03 15:15   수정 : 2025.09.03 15:25기사원문
中 시진핑, 베이징에서 중일전쟁 80주년 열병식 개최
"인류는 평화와 전쟁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 경고
10년 전 열병식과 달리 해외 정상 대거 초청, 왼쪽에 김정은-오른쪽 푸틴
북중러 정상, 66년 만에 모여...이란 정상까지 합류, 反 서방 연대 강화
"전 지구 타격" 주장하는 최첨단 신무기 대거 공개
中, 실전 경험 부족하고 군 지휘부 대거 숙청해 전투력 의구심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3일 중일전쟁 80주년을 맞아 북한과 러시아 등 26개국 정상들을 열병식에 초청, 미국 등 서방에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를 연출했다.

반(反)서방 진영을 끌어 모은 시진핑은 지구 전체를 타격하는 신무기 등을 공개하고 인류가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화냐 전쟁이냐...강권에 굴하지 않아"
시진핑은 이날 수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 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고 기념 연설에 나섰다.

톈안먼 성루에 선 시진핑은 "중국 인민은 강권에 굴하지 않으며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항일전쟁의 승리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이 "과거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가 걸린 투쟁에 직면해 공통의 증오를 품고 저항하며 민족의 생존, 민족의 부흥, 인류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경고한다"면서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상생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서로 도울 때만 공동의 안보를 유지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은 중국이 "세계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국 각 민족 인민은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 아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과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숭고한 대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에는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다수 참석했다. 다만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82)과 주룽지 전 국무원 총리(96)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6년 만에 모인 북·중·러, 反서방 연대 과시
이날 톈안먼 성루에는 26개국 정상들이 모여 열병식을 참관했다. 당초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자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열병식 불참을 예고했으나 3일 새벽 급하게 베이징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톈안먼 광장 주변에는 따로 관람대가 설치되었으며 외국 대표단과 중일전쟁 참전 용사, 해외 화교, 각 업계 초청 인사 등 약 4만명이 관중이 열병식을 지켜봤다.

시진핑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이번 열병식에서 내부 화합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서방과 대치중인 해외 정상들과 연대에 집중했다. 시진핑은 2015년 열병식에서 자신의 왼쪽에 중국 장쩌민 전 국가주석, 오른쪽에 후진타오를 배치했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왼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자리를 줬다.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모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다. 당시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섰다. 3국 정상들은 이날 열병식이 끝난 다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리셉션에도 나란히 입장했다.

열병식에는 북한·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서방과 대치중인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참석했다. 시진핑은 전날 페제시키안과 만나 “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이란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이란의 거듭된 확언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트 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북·중·러·이란 정상이 처음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통 자오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세계정세를 살피며 지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미국의 리더십을 부정하고 서방 결속을 약화시키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중국을 부상시키려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지구 타격' 최첨단 무기 선보여
약 90분 동안 진행된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군의 최첨단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군은 기존 '둥펑(DF)-5B'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량한 'DF-5C' 미사일을 선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해당 무기가 "중국 전략 반격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타격 범위가 전 세계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에는 최신형 ICBM인 'DF-61'도 처음 공개되었으며 미국 해군의 태평양 거점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괌 킬러'의 개량형도 등장했다. 이날 공개된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DF-26D'은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으로 최대 사거리가 5000km에 달한다. 앞서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DF-26D가 인도·태평양의 세력균형을 기울어지게 했다면서 "DF-26D 때문에 대만에서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 1000㎞ 밖에서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군은 이번 행사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본의 SM-3 등 서방권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다고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 'DF-17'도 공개했다. 중국군은 DF 계열 미사일 외에도 '잉지(YJ)-21' 극초음속 미사일, '쥐랑(JL)-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국판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알려진 '훙치(HQ)-29' 방공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핵무기 탑재 가능성이 의심되는 무인 잠수정과 최신형 드론(무인기) '페이홍(FH)-97'도 등장했다. 해당 기체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공격형 무인기로 일반 유인 전투기와 함께 편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은 해당 기체가 실전 배치되었다면 미국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유·무인 전투기 복합 무기체계를 실전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이 이번 열병식으로 미국에 경고장을 보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신무기의 실전 역량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체는 중국이 1979년 베트남 침공 이후 전면전 경험이 없는데다, 시진핑이 최근 군 수뇌부를 대거 숙청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