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한테 이러지 마라"…연세대 세브란스 리베이트 교수, 연구·진료는 계속
파이낸셜뉴스
2025.09.03 14:41
수정 : 2025.09.03 15:01기사원문
4월 법원, 제약사 리베이트·연구비 전용 혐의로 벌금·추징 선고
학교·병원, 징계는 최종 판결 나와야 가능…환자들 불안감 호소
[파이낸셜뉴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불법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수에 대해 징계 등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법원 처분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징계 없이 사실상 묵인하는 학교나 병원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포털 카페엔 '암환자 지인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제 지인이 암이 전이 돼 세브란스 알아봤는데 기사가 떴다"며 기사 링크를 올렸다.
해당 기사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소속인 A교수에게 벌금 250만원과 추징금 428만여원을 선고했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A교수는)세 차례에 걸쳐 제약사 직원과 식사를 하면서 400만원대 비용을 전액 부담받았다”며 “금액만 보더라도 단순히 가벼운 식사 자리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법원 판결이 지나고 다섯 달이 지났는데 A교수가 아직도 환자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안해서 그 병원은 못 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비싼 돈 주고 지방에서 큰 병원 온 이유가 뭔데"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카페나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암 걸린 것도 서러운데 리베이트로 약 처방이라니, 암 환자들한테 이러지 말아라"라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큰 병원 가고 치료비에 쓴다"며 의사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병원의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환자 입장에서 세브란스 병원에 예약해야 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병원 대표번호로 전화해서 물어보니 본인들은 모른다고 한다. 기사가 났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환자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친한 동생이 세브란스에 예약은 했다고 하는데 계속 고민 중이다. 심적으로 답답하다"거나 "기사까지 났는데 이런 상황에서 외래 환자 진료는 계속 본다.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약한 징계로 리베이트 조장하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불안감에도 A교수가 소속돼 있는 세브란스 병원이나 연세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난 4월 재판부는 “대학병원 교수라는 공적 지위를 가진 피고인이 기업으로부터 반복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고 연구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사회가 부여한 신뢰를 배반했다”며 “소액이라도 신뢰 훼손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교수로서의 청렴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여기에 “의료인의 청렴성과 투명성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의료인으로서의 자격도 지적했다.
그러나 2일 연세대와 세브란스 병원 측은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만 전하고 있다.
일단 세브란스 병원은 본교인 연세대의 징계 결정에 따라 병원 진료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개인의 문제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징계도 최종 판결이 나야 할 수 있다"면서 "A교수는 연세대 교수 신분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나면 학교가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본교 판단에 병원도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세대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교원에 대해선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대상이 되는 사안을 안건에 상정해 논의한다. 징계 대상이란 결정이 나오면 추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 수위를 결정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병원 쪽 교수일은 의료원에서 결정한다"고 답변을 병원 쪽에 미루다가 "일반적으로 교수 등 교원은 인사위원회에서 학칙에 따라 결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연세대와 세브란스 병원의 이 같은 입장에 의료계에선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징계 사안이 발생하면 직무 배제를 한 뒤 징계위원회 판단을 거치고 있다.
이에 연세대와 세브란스 병원의 미진한 대처가 의대 교수들의 불법을 유발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3월에도 검찰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피부과 교수 50여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구바이오제약을 약식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 영업사원들은 골프 라운딩 비용과 식사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무기형 회원권을 보유한 4곳의 골프장에서 의료인들에게 무료 혹은 회원가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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