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생길 위치 이미 안다"… 예산 ‘선택과 집중’ 강조

파이낸셜뉴스       2025.09.03 18:17   수정 : 2025.09.03 19:05기사원문
패널토론
고위험 지역에 예산 우선 투입
재난시스템 도입때 민간과 협업
현장·예방 중심의 정책 펼쳐야

"우리나라 싱크홀 사고는 전 세계 톱티어다. 어디서 싱크홀이 날지 이미 안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쓸 수 있다.

"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파이낸셜뉴스·행정안전부 공동 주최 '제8회 재난안전 지진포럼'에서 재난 대응의 틀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원종석 서울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 센터장이 좌장을, 이호 회장과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박병철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진방재센터 센터장이 '사전 예방 및 대비의 중요성'과 '정부·지자체·민간의 실효적인 협업 방안'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선택·집중, 현장 목소리로 재난 예방

토론 참가자들은 재난 예방을 위한 예산 집행에 있어 '선택과 집중'과 '현장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 회장은 "지난 7년간 전국적으로 1400건의 싱크홀이 일어났고, 전국의 0.6%에 불과한 서울시에서 10%인 140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산을 전체 지역에 분산하기보다 위험도가 높은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불 분야의 전문가인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고 회장은 "1996년 고성 산불 이후 대형 산불이 계속되면서 예산 투자는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예방'과 '대비' 자원에는 소홀했다"며 "진화대원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산 당국이 예방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벽'을 허물고 민간 기술 활용해야

이날 토론의 또 다른 핵심은 재난 시스템의 '벽'을 허물고 민간의 역할과 기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호 회장은 "민간과 산업계 쪽은 협업이 잘 안됐다"며 "지금까지 정부와 학교가 주도해온 시스템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분야처럼 벽이 없는 협업을 통해 지식의 증폭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싱크홀 예측과 관련해 조사 데이터가 아날로그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회장은 부처 간 협력보다 갈등과 경쟁이 심화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시스템과 매뉴얼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난 현장은 중앙부처들이 경쟁하면서 조직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장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중앙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불 진화에 드론을 활용해야 하지만, 150m 이하 비행제한 규제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간이 이미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게이트가 닫혀 있어 발전이 안 된다"며 민간의 역할을 열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박병철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센터장은 민간부문의 내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강제적으로 보강을 추진하기보다 중요 시설물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구매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민간에서 실용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김만기 이설영 김경수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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