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 '꼰대' 자리는 없다? 봉준호 강추 '비밀일 수밖에'
파이낸셜뉴스
2025.09.04 18:36
수정 : 2025.09.04 18:36기사원문
배우들 앙상블 돋보이는 김대환 감독의 신작, 10일 개봉
[파이낸셜뉴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일 수밖에’는 예비 사돈 지간인 두 가족의 낯설고 불편한 동거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웃음과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철원기행’(2014), ‘초행’(2017)에 이어 세 번째로 가족 이야기를 들고 나온 김대환 감독의 신작으로, 봉준호·김성훈·엄태화 감독과 배우 조진웅·차태현·박보영 등이 응원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함께라서 불편한 가족’이라는 카피처럼, 영화는 가장 익숙한 관계인 가족 속에 감춰진 비밀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저예산 영화지만 장영남, 류경수, 스테파니 리, 옥지영, 박지일, 박지아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캐릭터를 생생히 살려냈다.
강원도 춘천, 고등학교 교사 정하(장영남)의 평온했던 일상에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캐나다 유학 중인 아들 진우(류경수)와 여자 친구 제니(스테파니 리) 그리고 제니의 부모(박지일, 박지아)까지 찾아오면서 예기치 못한 짧은 동거가 시작된다. 낯선 두 가족이 한집에 머물며 서서히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고, 관계는 점점 미묘하게 흘러간다.
김대환 감독은 1일 서울 용산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철원기행’은 철원·아버지·이혼, ‘초행’은 젊은 세대·결혼·인천과 삼척이 키워드였다면, 이번 영화는 재혼·엄마·춘천이 중심 키워드”라며 “2020년 아들 둘을 둔 한 여성 사회운동가가 동성 연인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새로운 가족 형태가 지금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주제라 생각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양한 엄마 역을 소화해온 ‘정하’ 역의 장영남 역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면서도 또 하나의 인격체로 그려지는 여자라는 점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가족 안에서도 숨겨왔던 개인의 상처와 비밀이 드러나며 각자가 껍질을 벗고 본질에 다가서는 과정을 담는다. 특히 가부장제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비춘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 내에서도 더 이상 ‘꼰대’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성숙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은 정하의 동반자 지선(옥지영)이며, 가장 구태의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제니의 아버지 문철(박지일)이다. 그는 권위적으로 굴며 예비 사돈에게 큰소리를 치지만, 정작 자신의 부모에게는 불효를 저지른 인물로 대비된다. 영화 초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정하의 남편 역시 사춘기 아들을 옭아맸던 가부장의 전형으로, 그의 퇴장은 가부장제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함을 상징한다.
우당탕탕 소동 끝에 결국 문철이 30년 묵은 숙제를 마주하고, 정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사회적 편견과 맞서는 변화는, 가부장제가 저물고 평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질서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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