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 풀어야 경제가 산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4 18:32   수정 : 2025.09.04 21:31기사원문
기업성장포럼출범식서 우려 표명
"현행 상법상 자산 2조 허들 있어
규제망 피하려 중기 머무르기도"
첨단산업 분야에 예외적용 요청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4일 "기업 규모별 규제를 풀지 않으면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 등 정부 규제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을 거부하는 일명 '피터팬 증후군'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직격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의 벽을 제거해야 성장동력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중소기업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기업을 쪼개는 등으로 규모를 일부러 늘리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상법상 '2조원의 허들'이 있다"며 "자산이 1조9000억원이 된 회사는 (규제망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절대로 더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 343개의 기업별 차등규제가 있고,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무려 6000개에 달한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에 있는 계단식 규제는 대한민국 성장의 정체를 가져오는, 특히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아주 근본적인 이유"라며 "(이러한 계단식 규제는) 과거에는 맞았던 이야기지만 지금은 틀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단식 규제의 산업 영향도 평가와 시행령·시행규칙, 첨단산업 분야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기업 옥죄기식'의 규제정책을 겨냥,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잣대로 규제를 운용하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이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삼성 등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글로벌 경쟁을 하는 만큼 이제는 규모를 따지지 않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의 약 8할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대기업 규제는 대부분 국민적 시각(여론의 잣대)에서 형성된 게 많다"며 "대기업대 중소기업, 대기업대 노동자라는 이분법적 관계 속에서 이런 규제들이 생겼는데,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의 규제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사장)도 규제 개선책으로 "기업활동이 예측 가능하도록, 글로벌 수준으로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이기에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mj@fnnews.com 박문수 조은효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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