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상징적 현장서 손발 묶여 체포… "한미관계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5.09.07 18:36   수정 : 2025.09.07 18:36기사원문
美언론 "韓기업 투자 악영향 우려"
WP "가장 큰 규모 현장단속 작전"
WSJ "동맹 韓정부에 사전통보 없어"
日언론도 "한미 경제협력에 찬물"





【파이낸셜뉴스 뉴욕·도쿄=이병철 김경민 특파원】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주 합작공장을 급습, 단속하면서 발생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관세 후속협상은 물론 한국 대기업의 대미 투자 향방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WP는 '이민단속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 4일에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한미가 관세 및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껄끄러운 협상을 한 이후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WP는 "한미는 진행 중인 관세협상으로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면서 "양국 당국자들은 무역합의의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현대·LG와 같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이런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SJ은 현대차가 지난 3일 '미국 내 월간 판매량이 8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호실적을 발표할 당시에 미 당국이 이미 수색영장을 확보하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CNN에 따르면 단속은 군사작전처럼 이뤄졌다. 경찰이 공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막은 뒤 약 500명의 단속요원이 현장을 급습했다.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뿐만 아니라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한편 일본 언론은 다른 아시아계 공장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하고 "경제협력 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해당 공장은 한국의 대미 투자 대표 사례로 인식돼 왔다면서 "한국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외국 기업 노동자에게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아 현지에서 바로 고용할 수 있는 숙련노동자가 별로 없다는 '딜레마'가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관세조치에 대응해 반도체, 조선, 철강, 식품 등 많은 제조업 분야의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인재 확보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은 애초에 제조업 노동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외국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인력 쟁탈전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미국 행정부 단속이 아시아계 등 외자기업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 기업에서 경계감이 강해질 듯하다"고 관측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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