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에 달린 문화주도권
파이낸셜뉴스
2025.09.08 18:10
수정 : 2025.09.08 18:10기사원문
비밀은 숏폼의 '바이럴 메커니즘'에 있다. 극악의 난이도로 화제가 된 이 곡은 #하이노트챌린지를 통해 틱톡에서 수천만개의 포스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권진아의 커버를 시작으로 마마무 솔라, 에일리, 안유진까지 유명 가수들이 연쇄적으로 도전하면서 '유튜브 보컬 선수권 대회'라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일반인들도 참여했다. 배스킨라빈스 알바생의 완창 영상, 가족 단위의 댄스 챌린지까지. 숏폼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물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했다.
틱톡의 월간 활성사용자는 15억명을 넘어섰고, 유튜브 쇼츠는 하루 700억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4명 중 3명(75%)이 숏폼을 시청하며, 60대 이상도 59%가 숏폼을 본다. 이미 전 연령층의 일상이 됐다. 틱톡은 지난 2023년 2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소셜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수익구조다. 팔로어 중심이 아닌 AI 추천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된 피드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제품 발견부터 구매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되는 '숏폼 커머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더욱 혁신적인 것은 진입장벽 파괴다. 팔로어가 전혀 없던 일반인도 하나의 창의적인 콘텐츠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미디어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숏폼 이용률 70.7%는 OTT 프로그램 이용률 54.3%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선호도 변화가 아니라 미디어 소비패턴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60대 이상도 절반 이상이 숏폼을 시청한다는 점은 세대를 넘어선 보편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독립적인 숏폼 플랫폼이 없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이라는 '삼대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아무리 성공해도 플랫폼의 수익과 데이터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콘텐츠로 만든 케데헌의 '골든'의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콘텐츠로 이득을 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숏폼 시대의 문화 주도권을 확실히 잡으려면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독자적인 글로벌 숏폼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 AI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AI 기반 콘텐츠 제작 도구, 자동번역 시스템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DNA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 자금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진 문화적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골든'의 성공이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경쟁력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한때의 반짝 성공으로 끝날 수도 있다.
본지에서도 오는 17일 '숏폼 시대, K콘텐츠 혁신전략'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제 15초 문화주도권을 가져갈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pompom@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