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신산업 진출 교두보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8:17   수정 : 2025.09.09 19:02기사원문
트럼프 관세 올려 자국산업 보호
외국인 직접 투자로 옛영광 재현
고관세 수입은 법인세 인하 재원
긴밀한 협상으로 피해 확 줄이고
반도체·배터리·조선 공급망 확대
美 황금시장 신사업 뿌리내려야

트럼프는 최근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는 포괄적인 관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 일본, 베트남, 유럽연합(EU) 등 미국에서 무역흑자를 내는 모든 국가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 산업보호를 넘어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을 통한 미국의 산업구조 리셋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심각한 쇠퇴가 자리한다. 미국은 현재 누리고 있는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과 재정 수지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매년 무역적자가 약 1조달러, 재정적자가 약 1.8조달러, 총국가부채 규모가 약 37조달러(2025년 8월 12일 기준)에 달하고 있으며, 2025년 회계연도에 국채 이자 상환액은 약 1조달러로 동 기간 국방비 지출 예정액 약 9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이자 지급 비중이 과거 최고수준인 1991년의 3.2%를 상회하고, 2035년에는 4.1%, 2050년대에는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의 쇠락도 국가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 과도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3.2% 상회는 미국 재정과 패권국가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하겠다.

미국의 경제 쇠퇴는 산업 공동화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10% 초반대로 하락하면서 미국에는 일부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만 남기고 많은 제조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 등으로 이전하면서 7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경제가 악화되었다. 중산층과 노동 계층 유권자들에 대한 경제회복과 국익 우선을 약속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산업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선 관세 인상을 통해 수입품의 가격 인상을 통한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전통적인 산업보호 측면이 있다. 물론 관세 인상이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키고 수요를 억제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도 있으나 향후의 거시정책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 하나의 경제변수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관세장벽을 통해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끌어들여 국내 공급망을 확충해 재산업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애플, 현대차, 삼성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약속, 추진하는 것을 볼 때 이미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셋째, 관세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의 고관세에 직면한 국가들은 앞다퉈 미국을 방문해 미국에 대한 시장개방 등을 약속하고 있다. 한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독일 등 EU의 방위비 증액, 베트남·필리핀 등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제로 관세율, 각국의 디지털세 도입 억제 등이 그것이다. 넷째, 고관세를 통해 벌어들인 관세 수입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 외에 현재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광물 자원무기화로 대중국 압박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으나 관세정책을 통한 중국과의 디커플링과 경제안보 전략도 중요한 정책 목표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한 관세협상은 관세율 장벽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각국의 대미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우리도 미국의 고관세로 인한 대미수출 전선에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관세협상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유리한 측면도 있는 만큼 작금의 위기를 산업 도약의 전기로 삼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축적해온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마스가(MASGA)와 같이 타국 대비 유리한 협상 지위를 활용해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의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고, 긴밀한 한미 협상을 통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내에서의 신산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약력 △67세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외교부 경제외교 정책자문위원 △한일중 비전위원회 경제부문위원 △전 산은경제연구소장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초빙교수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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