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경제적 파장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8:17   수정 : 2025.09.09 19:01기사원문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개월 후 시행이 예고되며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기업으로 확대하여 하청기업의 노동자가 원청기업의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있다.

노란봉투법에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계와 노동계는 상반되는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며, 손해배상이 제한되어 불법파업을 조장하여 1년 내내 파업에 시달리고 교섭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반면에 노동계는 원·하청의 산업구조하에서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권 위축을 해소하여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책임 있는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실의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때 법을 고치면 된다고 발언하였다.

누가 옳고 그르며 무엇이 맞고 틀리는지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어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금도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우선, 총액 인건비가 상승하여 비용이 증가하고 물가인상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원·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일치하여 노동시장의 격차를 완화하는 것에 있다. 노동계가 원하는 노란봉투법의 성과도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가 원청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그 결과, 산업 전반의 인건비가 증가하고, 인건비 증가는 원가를 상승시켜 물가를 올리게 될 것이다. 인력 투입이 고정된 건설 현장에서는 벌써 공사비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둘째, 신규 채용이 감소하여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인건비가 상승하면 노동시장의 수급 기능이 작동하여 인력 수요가 감소한다.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나 로봇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다.

셋째,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증가할 것이다. 일자리가 감소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미취업자가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현재도 자영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다.

넷째,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대기업 계열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 그리고 취업자와 미취업자 간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보완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건전한 노사문화를 조성하고 원·하청 기업의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국회와 정부, 그리고 기업과 노조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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