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 출범 80년 맞은 유엔 총회, 축하보다 자성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2025.09.10 09:38   수정 : 2025.09.10 09:38기사원문
80차 유엔 총회, 해묵은 분쟁 가운데 9일 개막 "더 나은 함께"
신임 총회 의장 "축하할 기분인가?" 자성 촉구



[파이낸셜뉴스] 지난 1946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열렸던 유엔 총회가 9일(현지시간) 80차 일정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 등 해묵은 분쟁 속에서 시작된 이번 총회에서는 축하보다 자성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9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는 80차 유엔 총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총회는 내년 9월 8일까지 지속된다. 올해 총회 주제는 “더 나은 함께: 평화, 개발, 인권을 위한 80년과 그 너머”다.

신임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독일의 안달레나 베어복 전 외무장관은 이날 개회 연설에서 “이번 80차 총회는 일반 총회와 다른, 80주년을 맞는 특별한 총회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일반적인 사람의 수명 보다 긴 나이가 되었으니 축하해야 할 날이지만, 우리는 정말 축하할 기분이 되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날 베어복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아, 학교 등교가 금지된 아프가니스탄 소녀, 해수면 상승에 직면한 태평양 섬주민, 여전히 극한의 빈곤 속에 갇혀 있는 전 세계 8억800만명의 인류 등을 언급했다. 그는 "축하는 고사하고 사람들은 우리를 지옥에서 구해내기 위해 만들었던 유엔은 대체 어디에 있는 지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어복은 “우리 세계는 확실히 고통 속에 있다”면서 “그러나 유엔이 없다면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이 생겨날지 상상해 보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유엔뿐이라며 다음 80년 동안 동안 유엔을 재건하고 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세계 8억명에 달하는 극빈층에 “왜 유엔이 여전히 중요한지 보여줘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이날 축사에서 유엔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구테흐스는 80년 전에 유엔을 창설한 회원국들이 "뭔가 좀 다른" 국제기구를 만들어 전쟁 같은 심각한 국제문제 해결을 맡길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빈곤과 기아, 불평등, 질병 등의 국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그럴수록 유엔 헌장과 유엔 총회의 역할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는 "유엔은 장소를 제공하고, 유엔 헌장은 도구를 제공한다"며 그는 지난 해 9월 채택한 "미래를 위한 협약"이 유엔 총회 창립 시기의 소망과 기능을 재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유엔 헌장이 스스로 집행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수많은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상호 신뢰 또는 불신에 의해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는 지금이 어느 때 보다 단합과 협력을 통해서 국제 사회의 신뢰와 신념을 복구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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