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파 '킹 메이커' 찰리 커크 암살...정치 폭력 위험 수위

파이낸셜뉴스       2025.09.11 13:12   수정 : 2025.09.11 13:11기사원문
美 트럼프 재선에 공헌한 우파 논객 찰리 커크, 총격 사망
트럼프 "커크는 순교자" 주장...좌파의 악마화가 범죄 불렀다고 강조
향년 31세 커크, 고교 시절부터 우파 진영에서 두각 드러내
'터닝포인트 USA' 조직 이후 대학가 우파 운동 앞장서
2016년부터 트럼프 일가와 밀착, 2024년 대선에서 최측근 부상
지난해부터 美 정치 폭력 급증, 여야 모두 비난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가에서 ‘젊은 우파’의 대표주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정치 운동가 찰리 커크가 10일(현지시간) 총격으로 사망했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트럼프 암살 기도 등 급증하는 정치 폭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년 31세 사망, 트럼프 "커크는 순교자"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USA’ 찰리 커크 공동 설립자는 유타주 오렘의 유타 벨리 대학에서 열린 토론회 중에 총탄에 맞아 숨졌다.

관계 당국은 범인이 사건 현장에서 180m 떨어진 학교 건물 옥상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추정했으나 아직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애도 성명을 내고 14일까지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그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커크에 대해 "그는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는 지난 수년간 찰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들을 나치와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자, 범죄자에 견주어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수사법은 오늘날 미국에서 보이는 테러리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며,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는 미국에 어두운 순간"이라며 "정부는 이 잔혹 행위와 다른 정치 폭력에 기여한 모든 이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 10월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의 알링턴 하이츠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커크는 향년 31세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커크는 일리노이주 윌링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2012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미국 우파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에 기고문을 보냈다. 그는 학교 교과서에 좌파 진영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해당 기고문 덕분에 폭스뉴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같은 해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폭스뉴스 방송을 시청한 우파 성향 사업가와 부모의 도움으로 졸업 이틀 뒤에 우파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공동 창설했다. 우파 정치운동 ‘티파티’의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조직을 꾸린 커크는 2012년에 시카고 인근 하퍼 대학에 입학했으나 본격적인 정치 활동가가 되기 위해 1학기 만에 중퇴했다.

커크는 세련된 연출을 곁들인 대학 강연 투어로 유명세를 탔고, 매년 수십 개의 대학에 지부를 설립할 정도로 조직을 빠르게 확장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부를 둔 터닝포인트 USA는 곧 기존 대학가의 청년 우파단체인 ‘영 아메리칸스 포 프리덤(YAF)’을 밀어내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청년 우파단체가 됐다.

커크는 대학가에서 '편향적인 이념을 퍼뜨리는 교수들을 신고하라'는 운동을 벌이면서 흑인과 유대인, 성소주자와 관련된 공격적인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문제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를 '우한보건기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설계자 암살...'정치 폭력' 위험 수위
미국 ABC방송은 커크가 트럼프의 2016년 첫 대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최연소 연사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대선 기간에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와 동행하며 함께 일했다고 알려졌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지지활동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커크가 트럼프와 가까워지면서 그의 선거 캠프에서 최측근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커크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하자 이후 플로리다주의 트럼프 자택에서 그와 함께 복귀 전략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커크는 2024년 대선을 위해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었던 JD 밴스를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지지했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에 트럼프의 라라 트럼프가 임명될 수 있도록 직전 위원장인 론나 맥대니얼을 공격해 사퇴시켰다. 커크는 트럼프 2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성 추문으로 낙마 위기에 몰리자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기도 했다. 커크는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한편 10일 미국에서는 좌파 진영에서도 커크의 사망을 애도하며 정치 폭력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런 종류의 폭력은 우리나라에 있을 곳이 없다.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이번 사건이 "비열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에서 정치 폭력이 일상처럼 되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운동 가운데 2차례의 암살 위기를 겪었다. 지난 4월엔 민주당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관저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6월에는 미네소타주에서 민주당 주의원 부부가 총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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