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이 둘러싸고…” 관광객 커플 폭행 사건에 베네치아 ‘충격’
파이낸셜뉴스
2025.09.13 07:40
수정 : 2025.09.13 07:40기사원문
유대인 관광객 커플, 이민자들에게 모욕·폭행당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반유대주의 범죄 급증
[파이낸셜뉴스] 유대인 관광객 커플이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에게 집단으로 모욕과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채널 스카이TG24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일 자정 직전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 인근 상점가에서 벌어졌다.
미국 시민권자인 남성과 이스라엘 국적의 여성은 이들을 피해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무리 중 한 명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를 달려들게 했고, 다른 한 명은 남성의 뺨을 때렸다. 또 이들이 던진 유리병 파편에 여성의 발목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 중 3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2명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구금 시설로 이송돼 현재 추방을 기다리고 있으며, 31세의 튀니지 국적 남성은 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나 전과가 없어 풀려났다. 그러나 이 남성은 2년간 베네치아에 출입할 수 없다.
베네치아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베네치아는 전 세계 최초로 유대인 강제 거주 구역인 '게토'가 만들어진 뜻 깊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모두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베네치아는 상호 존중이 시민적 공존의 기반이 되는 개방적이고 안전한 도시이며, 계속해서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에서는 불과 한 달 전에도 리알토 다리에서 유대계 미국인 커플이 비슷한 방식으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유럽 전역에서 반유대주의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프랑스 알프스에서는 유대인 소유 차량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적힌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또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은 이달 초 코셔(유대교 율법을 준수하는 식재료)식을 요청한 승객들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또는 약자 'FP'가 표시된 식사 용기를 제공받자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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