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이 쏘아올린 공… 금산분리 완화 속도내나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8:26   수정 : 2025.09.14 18:26기사원문
"현상태론 모험자본 공급 한계"
은행이 주요 출자자 역할 하려면
위험성 감별할 전문 운용사 절실
산업·금융 '규제 완화' 한목소리

정부가 혁신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가로막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간 결합 금지) 규제' 완화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다. 규제 완화가 선행되지 못하면 은행의 모험자본 공급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들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CVC는 기업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을 의미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소유할 수 없지만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1년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소속 CVC는 100% 자회사 형태로만 둘 수 있고, 투자금을 조성할 때도 외부자금은 40%까지만 허용된다. 차입 규모 역시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다. 진 회장은 이날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CVC가 펀드 운용사(GP)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은행도 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셀트리온이 5000만원을 투자하면 은행은 5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선구안'이 있는 기업이 펀드를 결성하면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은행의 주요 출자자(LP)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수적인 은행의 특성상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은 자본건전성 관리를 위해 강도 높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받고 있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데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 발맞추려면 위험을 전문적으로 감별할 수 있는 GP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기업이 크레딧을 주고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실패율이 낮다. 은행과 같은 LP들은 위험 부담이 적은 수익처에 돈을 더 많이 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산업과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룹의 전체적인 시장 탐지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리지 등이 금융사들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영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직접투자 15조원, 간접투자 35조원으로 총 50조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RWA 산정 개편을 약속한 만큼 CVC 규제도 함께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서도 생산적 금융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7일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통해 금융사들이 첨단산업과 벤처투자 등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RWA 가중치 조정, CVC 투자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도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CVC나 RWA 규제가 완화돼야 실제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여러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기존 5%)을 15% 등으로 완화하거나 핀테크 자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과 같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자회사 허용 범위 확대, 자금조달·해외투자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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