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기
파이낸셜뉴스
2025.09.15 18:10
수정 : 2025.09.15 18:10기사원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부 잘하던 과학기술계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학 가서 박사 학위를 딴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숫자는 적다. 두명에 한명꼴로 미국에 정착하고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봉급이 너무 적고, 연구비도 적고 장기연구를 할 수 없다는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그 이후 박정희 대통령 때 절정을 이루며 포항제철과 반도체, 조선 등 기간산업이 발전하고 2025년 지금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2025년 현재는 정반대로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는 형국에 이르러 가까운 미래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제조업에서 양보다는 질로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현실과 중국의 상황을 비교해서 과학기술강국 대한민국을 만들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과학기술 인재양성이다. 이공계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 후 관련기관이나 회사에 입사하면 충분한 급여를 받고 미래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머리 좋은 인재들이 모인다. 그렇게 되면 나라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그 기술로 기업들이 상품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여 돈을 벌어들여 국민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다. 2025년 한국과학기술의 방향은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분야로 목표를 잡을 수 있도록 이공계 직업의 안정성과 수입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이 그러했듯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경쟁을 통해서 인재 획득을 해왔고, 교수들도 능력에 따라 급여가 다르다. 한국처럼 연령이 높아지면 월급을 더 받는 호봉제가 아니다. 평등이 최고의 가치라는 공산주의 중국도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과학기술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 시 주석은 2025년 2월 중국민간기업 좌담회를 주최하며 중국은 첨단기술의 고품질화, 고성능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초등학교 나이 때부터 엘리트화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이어지게 하고 중국 공과대학의 최고봉인 칭화대학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이미 박사과정의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과계통의 우수한 인재들이 직업의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의과대학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 이제 지혜로운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그 지혜는 최첨단 과학기술자를 육성하고,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직업의 안정성을 부여해 조국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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