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계좌조회 60% 증가… 과연 조세정의 실현인가?
파이낸셜뉴스
2025.09.16 18:26
수정 : 2025.09.16 21:21기사원문
작년 4461건 현미경 검증에도
상속·증여세 추징액은 되레 감소
전문가 "과세당국 견제제도 필요"
국세청 "일괄조회 법적문제 없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0~2024년 국세청 금융재산 일괄조회 및 개별조회 현황'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해 실시한 일괄조회는 4461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3년(4437건)과 비교해선 0.5%, 2020년(2771건)과 비교해선 60.9% 늘어난 수준이다. 개별조회는 지난해 5534건으로 2023년(5489건)에 비해 소폭 늘었다.
국세청이 금융재산을 조회하는 방법은 개별조회와 일괄조회 두 가지다.
문제는 국세청 일괄조회가 행정 편의에 따라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점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원칙적으로 고객 동의 없이는 금융거래 정보를 외부에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국세청은 납세자 동의 없이도 금융재산에 대한 일괄조회를 진행할 수 있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개인의 금융재산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허가(영장)이 필요한 반면, 국세청의 일괄조회 요청은 다른 기관의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일괄조회를 허용하고 있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가치 상승에 따른 금융재산 등 상속재산의 확인과 고액 자산가 편법증여 검증을 위해 일괄조회가 불가피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괄조회는 상속재산의 확인을 위해 한정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세청 일괄조회 건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상속세·증여세 세무조사 실적은 오히려 줄거나 평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상속세 추징세액은 1조366억원으로 2023년 1조913억원에 비해 적다. 증여세는 2023년 6215억원 대비 지난해 3724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세무당국 자체 판단만으로 개인의 금융거래내역 등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상속세 공제한도 완화를 예고한 만큼 상속세 조회 등에 내외부 견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자칫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우다 조세정의실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해외에서도 일괄조회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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