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수사준칙 있는데도"…성과에 매몰된 인권침해
뉴스1
2025.09.17 05:30
수정 : 2025.09.17 08:38기사원문
(서울=뉴스1) 정재민 유수연 기자 = 검찰청이 설립 78년 만에 폐지되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누기로 한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만으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이른바 '먼지떨기식 별건 수사', '성과 위주 인권침해 수사' 관행이 함께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7일 고위 당정 협의를 거쳐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수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인한 구속 영장 남발, 인권 침해적 수사, 특정 정치인을 향한 보복성 수사 등 갖가지 폐해가 사라지게 될지 주목된다.
지난 2023년 개정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강제수사는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되, 수사 대상자의 권익 침해 정도가 더 적은 절차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또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와 현장에 있는 지인들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나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조사도 제한된다.
하지만 그간 성과 압박에 매몰된 수사 관행이 반복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인권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검찰과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41명으로, 한 해 평균 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1명 가운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이 163명으로, 경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76명)의 2.1배나 많았다. 2004~2022년 검찰과 경찰이 다룬 사건이 각각 4616만 건, 2억 8879만 건이었고, 같은 기간 검찰 사건 자살자가 158명, 경찰 사건 자살자가 73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검찰 사건의 자살자 비율은 경찰 사건의 13.5배에 달했다.
또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경찰이 신청한 청구 포함)이 청구한 구속영장 중 법원에서 기각된 비율이 22.9%(6401명)로, 2011년(23.1%·8970명)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구속영장 기각 비율은 2013년부터 줄곧 10%대 후반에 머물다가 2023년(20.4%) 20%를 넘겼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부터 꾸준히 상승세(18.6%→20.4%→22.9%)를 보였다.
법조계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로 이같은 검찰의 폐해가 줄어들길 바라는 목소리와 주체만 바뀔 뿐 쉽사리 없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졌기 때문에 표적 수사, 먼지떨기식 수사, 별건 수사 등이 이어져 왔던 것"이라며 "수사·기소권 분리로 과거 문제점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나 중수청은 기소를 위한 무리한 수사를 할 필요가 없고, 검찰은 법률가로서 이들의 수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 등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수사·기소 분리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피해자 인권 보호 등 전반적인 문제점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검찰에서 경찰, 중수청 등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의 폐해가 답습되거나 기관 간 경쟁으로 인권침해적 수사 관행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민만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중수청을 설치한다고 개선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어느 기관에서나 수사를 하는 이상 별건 수사, 쪼개기 영장 청구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 검찰의 문제에 대한 지적 자체엔 공감한다. 먼지떨기식 전 정권 수사, 별건 수사, 향후 무죄가 나와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 등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합리적으로 통제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다.
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한 기관 교체에 끝날 것이 아니라 수사권 남용을 방지해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리한 수사, 과도한 강제수사 등을 고칠 수 있는 제도가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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