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아이들에게 마법같은 미술관"… 태백 장성마을 '제2회 비엔날레 날땅'

파이낸셜뉴스       2025.09.17 15:45   수정 : 2025.09.17 15:47기사원문
‘2025 비엔날레 날땅: 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
태백시 장성마을 일대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



[파이낸셜뉴스] 번성하던 탄광촌은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고, 폐광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갔다. '폐광촌'이라는 쓸쓸한 이름, 그 위에서 예술의 꽃을 피운 마을이 있다. 태백시 장성마을이 그 곳이다.

장성마을 곳곳에서 제2회 ‘2025 비엔날레 날땅: 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이 오는 30일까지 개최됐다.

장성마을은 한 때 6000명이 넘는 광부가 하루 수천~수만 톤의 석탄을 캐내던 장성광업소가 있던 곳으로, 탄광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겪은 공간이다. 광산 폐쇄로 문화 소외가 깊어진 장성마을에서 2023년 첫 선을 보인 ‘비엔날레 날땅’은 지역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을 만날 기회를 열어줬다.

이진아 ‘2025 비엔날레 날땅’ 미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장성마을과 열심히 사귀어 온 작가들이 폐광 마을 아이들과 주민에게 열어 보여주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과도 같은 것”이라며 “마을 분들이 늘 반복해서 보던 일상 공간을 새로운 세계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비엔날레 날땅'에는 정희우, 황재순, 신예선, 배주현, 전지, 이다슬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신예선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감시를 위해 쓰인 태백경찰서 망루에서 광산 갱도와 폐광이 가진 폐쇄적 공간감을 포착했다. 망루를 빨간 내복을 상징하는 모직 내피로 덮어 이 공간에서 따듯하고 포근함이 느껴지게 했다.

배주현 작가는 한 광부가 70년 넘게 생활한 고택에서 무명실과 도자기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탄광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손이 움직이던 노동의 숨결을 재현한 작품이다. 시간과 기억, 감각과 관계, 형태와 소멸을 주제로 한 배 작가의 설치 작업은 태백병원 등나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전지 작가는 장성마을 지역 청소년의 스토리를 담은 만화 작업을 선보였다. 청소년들의 웅크림과 망설임, 조심스러운 순간을 태백의 대자연과 고요한 마을을 배경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전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지하 공간은 지역 청년들이 직접 청소하고 페인트칠해 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황재순 작가는 광산지역 목욕탕 ‘태양사우나’를 기억과 회귀의 장소로 되살렸다. 2022년 폐업한 태양사우나는 과거 광업소 내 목욕시설이 부족했던 시절, 광부들이 검댕을 씻어내던 곳이다. 태양사우나는 황 작가가 축적해 온 광산 마을의 목욕 문화에 관한 아카이브 전시관이 됐다.



장성광업소의 광부 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기억하는 특별 사진전도 열린다.
2019년 화광아파트 철거 당시 태백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꾸린 ‘찰칵 원정대’가 담은 사진들을 화광아파트 자리에 들어선 마을 영화관 옥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비엔날레 날땅’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투어도 진행된다. 장성마을 초입 식당 ‘차림’에서 모여 출발해 마을 곳곳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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