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한국도 멕시코도 술·혼돈 좋아해..영화는 내 자서전"

파이낸셜뉴스       2025.09.19 12:54   수정 : 2025.09.19 14:00기사원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









[부산=신진아 기자]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영화는 자신에게 “자서전과 같다”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델 토로는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앞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와 함께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이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17일 아내, 딸과 함께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다음날 ‘프랑켄슈타인’ 시사회를 열고 한국 관객을 만났다. 이날 열성팬의 환호에 일일이 화답하며 무려 380명에게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영화는 내게 자서전과 같아


이날 오전 11시에 진행된 기자회견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델 토로 감독은 “관객에게 영화는 필모그래피지만, 감독에게 영화는 자서전”이라며 “감독들은 영화 밖에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일상에선 훌륭한 가족이나 친구로 살지는 못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선택이란 무엇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다수의 감독이 영화가 완성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영화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그만큼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그것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성장 과정과 부자 관계가 영화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젊을 때는 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제가 아버지가 되고 나니, 아주 기묘한 방식으로 그와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제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모든 창작은 자기 고백의 변주라고 표현했다.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한다. 이미 불렀던 노래를 다시 노래하는데, 창법이 다른 셈"이라고 비유했다.

괴물, 인간의 불완전함과 어두움


델 토로 감독은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 ‘헬보이’(2004, 2008), ‘셰이프 오브 워터’(2017) '피노키오'(2022) 등 괴물이 등장하는 어두운 색채의 공포, 판타지물을 선보여왔다.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과 사회적 메시지가 버무러진 장르물이 델 토로 감독의 특징이자 장기다.

이번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영화로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델 토로는 괴물 캐릭터에 애착을 보이며 “괴물은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종교적·정치적 상징이 될수 있다”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영화를 통해 제 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영상 속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그려지지만, 실제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고 완벽하지도 않다. 괴물은 완벽하지 않음과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며 동시에 비범함을 드러내는 매개로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를 연출함에 있어 괴물을 중심으로 ‘수족관을 설계하듯 만든다’고 비유했다. "영화를 만들 때 모든 디자인을 하나의 생태계처럼 엮는다. 괴물은 응급실에서 꿰맨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품은 신생아처럼 보이길 원한다”며 세트, 의상, 캐릭터 디자인까지 모두 별개의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라고 강조했다.

한국 감독과 팬에게 깊은 애정


관객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나 역시 관객이었다”며 “감독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시간을 지나 완성된 영화를 갖고 관객을 만나는 자리는 너무 소중하고 기쁜 순간이다. 그 관객들이 나를 만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도록 그 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한국 괴수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는 ‘한국 괴수 백과’(곽재식)를 번쩍 들어올리며 “한국 괴수도 좋아한다”며 웃었다.
“저 역시 자연의 모든 것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 감독에 대한 애정도 언급하며 "한국과 멕시코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다 술을 좋아하고 혼돈을 좋아한다"고 웃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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