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이주노동자…2심 "국가배상" 판결
뉴스1
2025.09.19 19:57
수정 : 2025.09.19 19:57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한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사망한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유족이 2심에서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2부(부장판사 김소영 강창국 강두례)는 19일 이주노동자 A 씨의 부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1000만 원 씩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 한파특보가 발령된 상태였는데도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에 설치된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았다.
부검 결과 A 씨의 사인은 간경화의 합병증인 식도정맥류 파열로 확인됐다. 식도정맥류 파열은 겨울철 추위로 인해 발생 빈도와 사망률이 더 높아진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비닐하우스 내 작업 환경과 열악한 숙소 여건 등이 A 씨의 간 질환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봐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했다.
앞서 1심은 지난해 8월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 A 씨가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지도·점검을 하거나 건강진단을 실시한 적이 없음은 물론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외국인고용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담당 근로감독관이 외국인근로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하면서 기숙사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면 사전에 열악한 숙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었고,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조치했다면 A 씨가 간경화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해 A 씨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A 씨의 부모가 유족급여를 받은 점 등을 고려, 국가가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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