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슈퍼콘서트 '문화적 공헌' 이제 없다"…3년 만에 여는 이유
뉴시스
2025.09.21 09:09
수정 : 2025.09.21 09:09기사원문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서 유희열과 대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 연예기획사 안테나 대표이자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유희열과 대담 중 "내년 슈퍼콘서트를 연다.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가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희열은 이날 예전보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해외 아티스트들도 한국을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짚으며 왜 지금 슈퍼 콘서트를 안 하냐고 정 부회장에게 물었다.
정 부회장은 그러자 "슈퍼 콘서트가 꼭 필요하세요?"라고 반문했다. 객석에선 일제히 "예"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정 부회장은 고민을 하더니, 슈퍼콘서트를 떠올리게 된 근원은 1980년 서울 남산 숭의음악당에서 내한공연한 미국 팝스타 레이프 개릿(레이프 가렛)이었다고 했다. 당시 공연은 여성 관객들이 속옷을 무대에 던져 음악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당시 한국에 올 일이 없는 가수인데 왔어요. 신문에 크게 실렸는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죠"라고 기억했다.
"그렇게 한국에 올 일이 드문 가수들을 초청하고자 하는 전투의지가 2000년대 초반부터 생기더라고요. 이후부터 한 명씩 한 명씩, 정말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모셔왔어요. 에이전트도 통하고 직접 연락도 하고 그랬죠. 그 당시엔 이 정도 규모의 콘서트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슈퍼 콘서트라는 것이 저한테는 꼭 필요했어요. 그런데 올해만 해도 슈퍼콘서트 같은 공연이 20개나 됩니다. 얼마 전에 콜드플레이가 왔다 갔고, 오아시스도 올 거잖아요. 얼마 전에 자존심 상했던 게 그래미 보고 찰리 XCX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소리소문 없이 다녀갔더라고요. 지금은 슈퍼 콘서트가 없어도 다 온단 말이에요. 그러면 '슈퍼 콘서트를 내가 굳이 왜 해야지'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어요."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일본 뮤지션들의 잇따른 내한이라고 했다. 이번 '다빈치 모텔'에서도 2000년대 J-팝 신드롬을 이끈 일본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엠플로(m-flo)', 'J팝 신성'으로 통하는 일본 가수 레이나(Leina) 등이 공연했고 비슷한 기간엔 일본 얼터너티브 밴드 '히츠지분가쿠'(양문학), 일본 팝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등이 내한공연했다.
"일본 밴드가 올해만 25팀이 와요. 예전엔 방송에서도 못 들었는데요. 그러면 우리는 '어디를 뚫어줘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유희열이 그런데 왜 내년에 슈퍼콘서트를 하냐고 묻자 "사람이 어떻게 확실한 생각이 들었다고 그 길로만 가요. 왔다 갔다 하는 게 사람이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 부회장이 어릴 때 외국 가수를 동경의 이미지로 봤던 그 시대는 이제 없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또한 '시티 브레이크'라는 현대카드 판 록 페스티벌을 일찌감치 접은 이유도 이날 털어놨다. "잠실에서 진행한 우리 페스티벌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봤을 때 실패였어요. 록 페스티벌은 무질서해야 되는데 저희 현대카드 성격상 그리고 대기업 성격상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뿐 아니라 강연 등을 좀 더 질서 있게 배치한 것이 '다빈치 모텔'이다.
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디 음악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현대카드다. 특히 스토리지 바로 옆 언더스테이지는 현대카드가 큐레이팅하는 뮤지션에겐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정 부회장과 이태원 일대 음악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큐레이터 형식을 제안했다는 유희열은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에요. 수많은 담당자분들이 일을 하셔야 하니까요. 소셜 미디어 관리도 하셔야 하고, 포스터 제작도 해야 하는데… 젊은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이제 주는 건 음악 생태계의 '작은 연못 같은 일'"이라고 특기했다.
정 부회장은 이곳 공연장을 거쳐간 인상적인 밴드로 그룹사운드 '잔나비'를 꼽았다. 그는 잔나비 보컬 최정훈과 함께 '그래미 어워즈' 현장 방문을 다녀오기도 했다.
역시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스케치북'을 통해 인디 뮤지션을 꾸준히 소개해온 유희열은 "누군가에겐 이 공연이 첫 발자국이고 그게 자신의 전부고 온 가족의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자이언티가 유명하지 않았을 때 그가 '스케치북'에 등장하자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노래를 듣고 나서 박수가 터졌어요. 무대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 때 제가 다시 한 번 깨달은 건 '무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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