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개막...트럼프·북한 ‘복귀 메시지’ 주목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0:25
수정 : 2025.09.21 10:24기사원문
유엔 창립 80년의 성과와 미래
올해 유엔총회의 주제는 ‘더 나은 협력: 평화, 발전, 인권을 위한 80년과 그 이후’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유엔은 그간의 성과를 되짚고 향후 80년을 준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회기에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3월 제안한 유엔 시스템 개혁 프로그램 ‘유엔 80 이니셔티브’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유엔 80 이니셔티브는 유엔 내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안이다. 그동안 유엔은 회원국 분담금 체납, 인도적 원조 및 개발협력 자금 감소 등으로 활동이 제약을 받아왔다. 여기에 기후변화, 전쟁, 기술 발전, 인권 문제 등 복합적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유엔은 조직 중복과 비효율을 개선하고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번 회기에서 최종 결론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창립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구체적 개혁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트럼프와 세계 정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5년 만에 유엔 무대에 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였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네 차례 유엔총회 연설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 연설로 대체됐다. 이번 연설은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유엔총회 무대에서 경제·외교 등 주요 정책 구상을 직접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추가 제재 등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설 순서는 전통에 따른다. 브라질이 항상 첫 번째로 발언하는데, 이는 유엔 초창기 다른 국가들이 주저할 때 브라질이 먼저 나섰던 관행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 본부 개최국으로서 두 번째로 연설한다. 이후에는 위계와 선착순 원칙에 따라 국가원수, 부원수·왕세자, 정부수반, 장관, 차석 대표 순으로 이어진다.
세계 주요 분쟁의 해법
이번 총회의 가장 큰 관심은 장기화하는 국제 분쟁의 해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도적 위기는 한층 악화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연설에서 러시아 침공 저지를 위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발언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총회를 계기로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상황도 핵심 의제다. 국제 식량안보기구(IPC)는 가자에서 이미 기근이 시작됐으며 이달 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26일 연설할 예정이다.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미국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으로 연설한다.
북한, 다자외교 무대 복귀
북한도 7년 만에 고위급 대표를 유엔총회에 파견한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9일 “북한이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대표단장으로 파견한다”고 전했다. 부상급 고위 인사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 교섭 재개를 모색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선경 부상은 오는 29일 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유엔총회를 국제무대 복귀의 발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자 무대에서의 발언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 교섭뿐 아니라 제3국을 통한 간접 메시지 전달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부대 행사
이번 고위급 주간에는 기후 정상회의, 세계 여성대회,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부대 행사도 함께 열린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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